[사설] 일본의 위험한 對北 플레이, 일단 미국이 막았지만…

입력 2014-07-17 20:32   수정 2014-07-18 05:39

급기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의 대북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본 외상과의 전화 회담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송환을 위해 방북할 경우 북한 핵 관련 한·미·일 공조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보도다. 방북하는 경우 통보가 아니라 사전에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한다. 일본이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화적인 대북 단독플레이를 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송환 협상을 위해 8월 방북을 추진 중이었던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다, 심지어 북·일 국교정상화까지 거론돼 왔다. 아베 총리 지지도가 2012년 아베 2기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을 만회해보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을 지렛대로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일단 방북이 성사되면 일본은 납북자 문제와 독자적인 대북 추가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딜을 할 게 분명하다. 일본이 이미 북의 납북자 재조사에 대한 대가로 대북 송금, 인적 교류, 현금 반출 제한 등 제재를 풀어주기로 결정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일본의 대북 유화 행보는 대북 국제공조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존 케리 국무장관의 경고는 당연하며 시의적절하다.

북핵 문제는 진전이 없다. 중국의 어정쩡한 태도도 문제지만, 일본의 대북 유화책이 북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북은 미사일과 방사포를 동해에 계속 쏴대며 시위하고 있다. 북이 우리 정부의 민간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드레스덴 선언과 관련시키면 안 받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인천아세안게임 응원단 체류비도 우리 측에 넘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정도다. 어느새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슬금슬금 나온다. 자칫 북에 끌려갈 판이다. 북핵문제는 국제공조 균열로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는 묘한 기류가 읽힌다. 그런데도 한국 외교는 사방이 막혀 미국만 바라볼 뿐이다. 애써 올린 공든 탑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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