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사내유보금 줄이라는 건 공장·기계 팔라는 것"
전경련 "해외선 탈세 막기 위한 것" 정부에 재검토 건의
기업인 "경제민주화처럼 경제를 정치 이슈화하면 안돼"
[ 이태명/정인설 기자 ]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부 방침에 경제계가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경환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연내 도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 활기를 되살리겠다’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기업 손목을 비틀어 돈을 풀겠다’는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 ‘대증요법’일 뿐이란 지적이다.
◆갈수록 확산되는 경제계 반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직무대행은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는 건 기업들에 이미 투자한 공장과 기계를 처분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내유보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근거 없는 비판”이라며 “사내유보금은 대부분 공장 토지 영업권 등 유무형 자산에 이미 투입돼 있는 금액인데, 이를 줄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재검토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전경련은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설비투자 등 경영과 무관하게 탈세를 위해 유보금을 늘릴 때만 과세하는 것”이라며 “기업 투자를 강제하기 위해 유보금에 과세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국가별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을 보면 한국은 5.7%로 미국(8.6%), 영국(7.2%)보다 낮다”며 “유보금 과세가 현금, 현금성 자산을 외부에 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국내 기업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왔다. 정부 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야당 입법안(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법안)처럼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만 대상으로 과세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기업 대비 국내 기업 조세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는 점에서다.
◆중장기 투자유인책 내놔야
기업 현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의 소비 진작을 위해 미래 경제성장의 ‘씨앗’인 기업자금을 앞당겨 풀라는 설익은 정책이란 지적이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A그룹 관계자는 “배당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돈이 없어 소비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유보금 풀어 소비 진작에 쓰라고 하면 정작 사업이 어려워질 때는 어떡하란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B그룹 관계자는 “유보금 과세는 경제민주화처럼 그럴듯한 ‘네이밍(작명)’으로 경제를 정치 이슈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마땅히 해야 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신호)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활성화를 통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면서도 ‘기업 세금’과 관련해선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정부가 내년부터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1~2%포인트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유보금 과세로 기업의 중장기 투자 의지를 없애려 한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경제활성화의 양 축은 기업 투자와 소비 진작인데, 기업 투자를 유인할 세금정책은 뒤로 가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세금을 낮춰주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정책과 너무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수년 내 기업 법인세율을 20%대로 낮추려 하고, 미국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 둔 공장을 국내로 되돌리는 기업에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리쇼어링 정책’을 펴는 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태명/정인설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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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해외선 탈세 막기 위한 것" 정부에 재검토 건의
기업인 "경제민주화처럼 경제를 정치 이슈화하면 안돼"
[ 이태명/정인설 기자 ]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부 방침에 경제계가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경환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연내 도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 활기를 되살리겠다’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기업 손목을 비틀어 돈을 풀겠다’는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 ‘대증요법’일 뿐이란 지적이다.
◆갈수록 확산되는 경제계 반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직무대행은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는 건 기업들에 이미 투자한 공장과 기계를 처분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내유보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근거 없는 비판”이라며 “사내유보금은 대부분 공장 토지 영업권 등 유무형 자산에 이미 투입돼 있는 금액인데, 이를 줄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재검토해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전경련은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설비투자 등 경영과 무관하게 탈세를 위해 유보금을 늘릴 때만 과세하는 것”이라며 “기업 투자를 강제하기 위해 유보금에 과세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국가별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을 보면 한국은 5.7%로 미국(8.6%), 영국(7.2%)보다 낮다”며 “유보금 과세가 현금, 현금성 자산을 외부에 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국내 기업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왔다. 정부 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야당 입법안(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법안)처럼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만 대상으로 과세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기업 대비 국내 기업 조세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는 점에서다.
◆중장기 투자유인책 내놔야
기업 현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의 소비 진작을 위해 미래 경제성장의 ‘씨앗’인 기업자금을 앞당겨 풀라는 설익은 정책이란 지적이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A그룹 관계자는 “배당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돈이 없어 소비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유보금 풀어 소비 진작에 쓰라고 하면 정작 사업이 어려워질 때는 어떡하란 말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B그룹 관계자는 “유보금 과세는 경제민주화처럼 그럴듯한 ‘네이밍(작명)’으로 경제를 정치 이슈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마땅히 해야 할 투자를 하지 않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신호)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활성화를 통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면서도 ‘기업 세금’과 관련해선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정부가 내년부터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1~2%포인트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유보금 과세로 기업의 중장기 투자 의지를 없애려 한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경제활성화의 양 축은 기업 투자와 소비 진작인데, 기업 투자를 유인할 세금정책은 뒤로 가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세금을 낮춰주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정책과 너무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수년 내 기업 법인세율을 20%대로 낮추려 하고, 미국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에 둔 공장을 국내로 되돌리는 기업에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리쇼어링 정책’을 펴는 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태명/정인설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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