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엘림뉴스타, 지하 월세공장서 미싱 2대로 창업…매출 400억대 중견 의류업체 '우뚝'

입력 2014-07-18 07:00  

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ODM 분야의 강자
60여개 유명브랜드에 공급
국내 직원 30%가 디자이너

베트남에 500명 규모 공장
원자재 직거래 공급처 확보



[ 김낙훈 기자 ]
케이엘림뉴스타는 미싱 2대로 시작해 20여년 만에 연매출 400억원대의 중견의류업체로 성장했다. 수많은 업체가 난립해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매서워 쉽지 않은 게 의류 사업이다. 이 회사의 성장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1991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이 부근 눅눅한 지하 사글셋방에 회사 간판이 하나 걸렸다. ‘엘림(Elim)’. 구약성서에 나오는 지명으로 거친 광야 속 샘물과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이다. 오아시스인 셈이다.

직원 4명에 미싱 2대가 전부인 영세 봉제공장이다. 창업자는 김기원 사장(당시 33세).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20세에 상경한 김 사장은 용인과 부평 등지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다가 창업했다.

창업자금은 500만원. 자신의 전세방을 빼서 사글세로 옮기고 마련한 것이다. 처음에 하던 사업은 의류 견본 제작이다. 의류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샘플을 만들었다.

김 사장은 기획 디자인 재단 봉제 등 의류 제조에 관한 모든 공정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비록 구멍가게에 불과한 봉제업체지만 그의 꿈은 원대했다. 자신이 전체 작업과정을 알고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그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호를 케이엘림뉴스타로 바꾼 이 회사는 국내 굴지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의류업체로 성장했다. ODM은 ‘original development(혹은 design) manufacturing’의 약자로 하청업체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미싱은 350대에 이른다. 주력제품은 겨울용 방한복인 다운패딩(down padding), 여성 의류, 유니폼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다운패딩과 유니폼에 강점을 갖고 있다.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이 회사의 사무실은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킨다. 창업한 곳에서 불과 500m 떨어져 있지만 사무환경은 천양지차다. 우림이비즈센터 13층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중앙에 은은한 커피 향이 퍼지는 카페가 있고 양쪽으로 사무실 전시실 작업실 등이 들어서 있다. 전시실에는 다양한 종류의 다운패딩이 옷걸이에 걸려 있다. 김 사장은 “우리가 제작하는 의류의 약 80%는 가을·겨울(F/W)용 제품이며 지금 한창 제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매출은 약 400억원대(자회사 포함), 거래 브랜드는 SHE’S MISS, LIST, IZZAT BABA, MISSHA, MAJE, KEITH, PAT 등 약 6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인원은 국내 50여명과 베트남에 약 500명에 달한다. 불과 20여년 만에 ODM 의류 분야의 강자로 자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36년간 축적된 노하우다. 김 사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의류 생산에 종사했다. 이 과정에서 제품기획 디자인 원단구입 재단 봉제 납품 등 전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얻었다. 필요한 원부자재를 직접 사러 다니고 옷감을 자르고 미싱을 돌렸다.

그러다보니 독산동 어디에 가면 어떤 아주머니가 미싱 작업을 잘하는지 알게 됐다. 단추 지퍼에서 고무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부자재를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사면 경쟁력이 있는지 손금 들여다보듯 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며 얻은 소중한 노하우다. 그는 “지금도 공장에 가면 먼발치에서 소리만 들어도 잘 돌아가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정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둘째, 뛰어난 디자인 능력이다. 이 회사는 ODM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발주자가 시키는 대로 제작해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달리 ODM은 자체적으로 기획을 해서 의류업체에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력과 디자인력이 뛰어나야 한다. 김 사장은 “우리의 강점은 창의적인 디자인 능력”이라며 “국내 직원의 30%가 넘는 16명이 디자인 및 연구인력”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대부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며 일부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왔다.

셋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 이 회사는 2011년 베트남 공장을 세웠다. 대지 1만㎡, 건평 4000㎡ 규모로 약 500명이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5000명가량이 이 회사의 의류제작을 돕고 있다.

생산시설만 글로벌화한 게 아니다. 중국의 원단과 원모(다운 등) 공급처와 직거래하며 적기에 원자재를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틈나는 대로 파리 밀라노 등의 컬렉션을 비롯한 굴지의 의류 전시회를 다니며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고 유행의 방향을 감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요인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창업 초기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일 때도 그는 늘 ‘엘림’을 생각했다. 김 사장은 “메마른 광야에서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아도 언젠가 ‘엘림’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은 앞으로 거대한 사업을 일구기 위한 작은 고난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이런 마음가짐이 그를 ‘희망에 찬 기업인’으로 만들었다. 사업의 성장 발자취에 감사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나서고 있다. 굿피플 글로벌케어 등 이웃사랑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그의 꿈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ODM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30여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 보니 앞으로 10년 뒤 의류 분야가 어떻게 변해가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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