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는 언제 오려나…

입력 2014-07-18 18:21  

[ 김순신 기자 ]
중동의 화약고인 ‘가자지구’가 2년 만에 다시 포연에 휩싸였다. 청소년 납치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이스라엘군이 민가와 병원, 사원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습에 나서자 하마스는 레바논 분파 세력까지 동원해 ‘중동전쟁’으로 확전을 꾀하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집트 등 세계 각국들이 양측의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갈등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또다시 충돌한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의 충돌은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에서 지난달 30일 3명의 이스라엘 청소년이 납치돼 살해되면서 시작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10대들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에 의해 냉혹하게 살해됐다”며 “하마스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지난 7일부터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공습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에선 민간인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1000명의 사람들이 중상을 입었다. 하마스 역시 로켓포를 통해 이스라엘에 반격을 가하고 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외교전문 포린폴리시(FP)는 이스라엘이 이번에야말로 창설 28년째인 ‘눈엣가시’ 하마스를 분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2000여년 만에 중동에 유대 독립국가를 건국한 이스라엘은 주변국과의 마찰을 빚어왔다. 이슬람 문화권이었던 주변국과 유대교 간 갈등의 골이 커졌던 것.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1~2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 등 주변 이슬람 국가에 압승한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

이스라엘은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된 뒤에도 2005년까지 8000여명에 불과한 유대인 ‘정착민’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가자지구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켰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앞서 진행될 ‘국경 획정’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였다. 철군 이후에도 의료, 식료품 등의 반출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는 계속됐고 팔레스타인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그 결과 2006년 치러진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선거에서 하마스가 132석 가운데 74석을 따내며 압승을 거뒀다. 1987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 지부로 가자지구에서 설립된 하마스는 선거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하마스는 대(對) 이스라엘 무력투쟁에 앞장섰다. 이스라엘 역시 가자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양측 간 갈등은 계속 격화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테러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지중해 연안에 해군을 배치하고 국경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장벽을 설치해 가자지구를 사실상 완벽하게 봉쇄해왔다. 이에 따라 2008~2009년, 2012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하기도 했다.

멀기만 한 휴전 합의

이번 충돌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서방과 아랍국가 할 것 없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랍국가들 가운데 2012년 분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이집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집트는 지난 14일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 본부에서 현재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아랍연맹 외무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 세계표준시 기준 15일 오전 6시를 기해 휴전하라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제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집트 중재안 수용 방침을 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방·외무장관 등 8명이 참석하는 안보 각료회의를 소집해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휴전 승낙을 환영하는 한편 하마스 측에 휴전 제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 역시 “가자지구가 더 이상 하마스의 무기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주민들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휴전협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측은 “이집트의 중재 노력은 환영하지만 일단 휴전을 한 뒤 다음 조건을 협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자지구) 봉쇄를 풀고 국경을 개방하지 않으면 무력 충돌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우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도 “적대행위를 완전히 끝내겠다는 약속 없는 휴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사상자를 낸 하마스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다”며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의 당근이 없으면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P는 “하마스가 계속 수세에 몰리면 주변 이슬람 국가들도 분쟁에 휘말릴 것”이라며 “또 다른 중동 전쟁이 시작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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