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보고 싶었던 박찬호의 마지막 '일구'

입력 2014-07-18 20:25   수정 2014-07-19 09:11


'코리안 특급' 박찬호(41)가 국내 야구팬들과 공식적인 작별인사를 갖고 영욕의 마운드를 떠났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리그(2군)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통해 은퇴식을 가졌다.

박찬호가 지난 2012년 공식 은퇴 발표를 발표한 직후 그의 은퇴식을 위한 경기나 장소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다. 올 초만 해도 KIA타이거즈의 '새 집'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한화 선수 박찬호가 주인공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전망이 어두웠다. 하지만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단을 내렸다.

우여곡절을 또 있었다. 당초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이 광주 지역에 내린 비로 우천 순연되며 야구팬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한 것. 18일도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은 경기 도중 내린 비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박찬호는 이에 앞서 은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날 올스타전이 시작하기 직전, 전광판에 박찬호의 현역 시절 영상이 흘러나오자 관중석은 큰 함성으로 박찬호를 연호했다.

챔피언스필드 왼쪽 외야 펜스가 열리며 검은 차량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고, 3루 파울 라인 근처에 멈춰 섰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차에서 내렸다.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 박찬호는 허리를 숙여 광주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과 프로야구 데뷔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공주고 선배이자 박찬호가 야구 스승으로 꼽는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포수 미트를 끼고 박찬호의 공을 받기 위해 나섰다.

이윽고 박찬호는 가볍게 공을 던지며 시구했다.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공이었다.

박찬호와 김경문 감독이 포옹을 나누는 사이 양쪽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이 걸어나와 박찬호를 둘러쌌다.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박찬호의 표정은 점점 상기됐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헹가래를 받은 뒤 "이런 영광스럽고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준 KBO와 후배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 한국인의 긍지를 늘 각인시켜 준 지인과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실 지금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지만 이제 나는 공을 던지면서 꿈과 희망에 도전할 수는 없다"며 "야구인으로 더 성장하고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시절이었던 지난 1994년 미국프로야구(MLB)의 명문 구단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설의 94학번' 중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박찬호는 모든 야구팬들의 희망이자 꿈이 됐다. 1996년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박찬호는 2000년 18승을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총 17년간 124승을 거뒀다. 이는 지금까지도 아시아 투수 가운데 최다승 기록이다.

또한 박찬호로 인해 후배 선수들의 미국행 문이 활짝 열리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의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도 했다.

특히 IMF 여파로 국민들이 힘들어 하던 1990년대 후반, 박찬호는 박세리와 더불어 꿈과 자긍심을 안겨다 준 영웅이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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