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의 한 수’ 김인권, 심벌즈의 이유

입력 2014-07-21 09:28  


[최송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하다.
 
그가 등장한 곳곳에는 흔적처럼 그의 잔상이 남아있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돌아보면 더욱 그 인상은 짙게 남아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영화에 대해 “그 영화에도 나왔었어?”라고 되묻지 않는다.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가졌으면서도, 홀로 도드라지지 않는 것. 그것은 이 배우가 가진 가장 강렬한 매력이자 힘이다.

최근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 개봉 이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김인권은 그 인상만큼이나 유쾌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스크린 속 인상만큼이나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그.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느껴져서 아무렇지 않게 되받아칠 정도였다.

그 정도다. 스크린 속 김인권은 우리에게 너무도 가까운, 친근한 인상을 가진 남자니까. 그것은 이번 ‘신의 한 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흔히 ‘하수’로 취급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바둑 기사로 바둑 실력보다 입으로 먹고사는 꽁수를 연기했다.

“조범구 감독님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흥미를 가졌는데 정우성, 안성기 선배님이 합류하게 될 거란 이야기를 들었죠. 잠시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선배님들에게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안성기, 정우성, 이범수, 안길강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그토록 개성 강한 연기를 할 줄 앎에도 불구하고 늘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유난히 주님(안성기)와 호흡이 많았던 그이기에 “안성기 배우와는 호흡이 어땠느냐”고 묻자 대번에 “너무 좋죠”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사실 안성기 선생님께 반말 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엄청 자상하시고 ‘너 편하게 해, 마음대로 해’라고 해주시니까. 든든했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도 그런 정서가 녹아 있잖아요.”

스승과 제자 내지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모습. 극 중 꽁수와 주님 역시, 서로에 대한 남다른 정을 가진 ‘부자(父子)’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장면들을 언급하며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안성기 선생님은 자상하게, 저는 ‘지져스 지져스’하면서 애교 있게 가니까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라고 응수한다.

넘치는 케미스트리. 극중 김인권의 윤활유 같은 연기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진지한 복수극에 숨통을 트이는 찰나를 만들어준 꽁수. 그가 만들고자 했던 꽁수의 모습은 영화에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을까?

“다들 사활이 걸린 것에 집중했다면 저는 참여에 있어서 코드가 틀렸던 거죠. 오케스트라로 따지자면 다들 현악, 관악처럼 무게감이 있었던 거고 전 ‘심벌즈’ 같은 역할을 했던 거니까요. 흥을 돋우고 추임새를 넣는 인물이었어요.”

그의 말마따나 꽁수는 극에 큰 개입은 없지만 감초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에 조범구 감독은 “더 보여달라. 더 까불고, 더 발랄하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인권은 ‘너무 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만큼 조범구 감독에 대한 신뢰로 그의 디렉션을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

“하지만 역시 조범구 감독이었어요. 완성본을 보니까 제가 가진 경박함, 융통성 있는 모습을 조화롭게 이용하셨더라고요. 애교 있게 윤활유처럼 이용하고, 호기심이 들도록 해주셨어요. 물론 감독님께 설득이 되니까 더욱 과감하게 했던 것도 있죠.”


유독 맞는 장면이 많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돌이켜보면 더 그렇다. 멀리 거슬러 가지 않아도 ‘해운대’ ‘퀵’ ‘광해’ 등에서도 정말이지 신나게 얻어맞는다. 이번 ‘신의 한 수’에서도 어김 없이 두드려 맞은 그에게 “맞는 연기에도 노하우가 있나요?”하고 물었다.

“디테일 해야 해요. 딱 맞았을 때 바로 아픈 내색을 하면 안 돼요. 얼마나 세게 때렸느냐를 전달할 수 있는 건 맞는 사람의 리액션이에요. 실제로 맞을 때도 있는데 전 그게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아프니까 집중이 깨지는 거예요. 그래서 맞는 척 하고 리액션을 크게 해요.”

이번 ‘신의 한 수’에서도 이범수와 합을 짜서 ‘맞는 척’에 들어갔지만, 계산 착오로 그대로 얼굴을 가격당했다. 그럼에도 “나머지 배우들이 너무 몰입해 있어서 아닌 척 했다”는 그는 그 컷이 그대로 나와서 좋다는 그는 천상 배우가 따로 없다.

“이범수 형님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장면이 그거에요. 팔꿈치로 안 보이게 얼굴을 막았어야 했는데, 걸려서 안 올라오는 거예요. (웃음) 빡 맞고 쓰러졌는데 별이 보였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한 번 더 가자고 하더라고요.”

유쾌한 얼굴. 표정이 너무도 다양해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던지면서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천연덕스럽게 재연한다. 특히 애드리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재연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대사에 근거하는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담배를 피우거나 오리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들이 그랬어요. 감독님이 워낙 웃어주니까 더 자신감 있게 나오더라고요. 현장에서는 ‘아다리네~ 아다리야~’하는 게 인기였어요. 다들 따라할 정도였어요.”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을 보고 “언젠가 역할에 꼭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했다는 배우. 연기와 일상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그는 꽁수 역에 있어서도 많은 디테일을 부여했다.

“바둑 기사들은 착수하는 것만 보더라도 상대의 수준을 알 수 있대요. 그래서 영화를 봤을 때도 그 기가 느껴질 수 있도록 착수 연습을 엄청 했어요. 역할에 있어서도 꽁수 성격에 맞게 바둑알을 앞에 탁 내려놓고 끌어놓기도 했어요. 그게 상대를 약올리는 행동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하려면 착수가 정확해야 하죠. 어찌나 연습했는지…. 나중엔 바둑판이 약간 패일 정도였어요. 어찌나 통쾌하던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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