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대비 시장규모 커
[ 임근호 기자 ] 스타트업 투자가 바뀌고 있다. 창업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주로 모바일과 관련된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모바일 게임·쇼핑·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다.
하지만 최근 오프라인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사무실을 구해주는 서비스부터 주차장 예약, 중고품 매매, 커피 로스터 제조까지 다양하다. 벤처캐피털이 오프라인 기반 스타트업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온라인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IT를 곁들여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개선해 제공한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중고 거래·커피 로스터에도 투자
더벤처스는 지난 17일 전자제품 중고 거래 사이트 ‘셀잇’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셀잇에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수많은 중고 거래 사이트와 카페가 있지만 이 같은 투자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임수진 더벤처스 신사업개발담당 팀장은 “기존 중고 거래의 단점을 해결한 새롭고 혁신적인 방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자는 표준화된 양식에 따라 제품 사진 몇 장을 찍어 올리고, 셀잇이 보내준 택배 상자에 물건을 담아 보내면 끝이다. 셀잇 직원들이 이를 꼼꼼히 검사해 장터에 내놓는다. 국내 주요 중고장터의 시세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2주간 판매가 되지 않으면 셀잇이 이를 판매자로부터 사들인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달 17일 커피 로스터 제조업체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에 10억원을 투자하면서 “가마솥에서 밥을 짓던 방식에서 전기밥솥이 등장한 것과 같은 혁신”이라고 소개했다. 커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커피 원두 볶는 작업(로스팅)을 이 회사가 만든 기계인 ‘에스트리니타’(사진)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전문가처럼 원두를 볶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조원 오프라인 시장 매력
벤처캐피털이 오프라인 기반 스타트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온라인보다 몇 배는 더 큰 오프라인 시장 규모 때문이다.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에 투자한 위현종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은 “커피 산업은 세계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며 “IT와 커피 로스팅 기술을 융합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골프장과 레스토랑, 커피숍 등 15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판매 계약을 맺었다.
온라인 퀵서비스 플랫폼 ‘날도’를 운영하는 와일드파이어코리아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 회사에 투자하며 국내 퀵서비스 시장 규모를 약 5조원으로 추산했다.
카닥 역시 연간 4조원에 이르는 자동차 외장수리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이 중 7000억원을 차지하는 외제차 수리 시장은 국산차보다 수리 비용은 높지만 수리 업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카닥의 견적 비교 서비스가 파고들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 탓에 오프라인 서비스를 같이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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