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2) 중국에 밀리는 전자산업
中, 정부지원 받고 '약진'…한국기업 밀어내기
TV 세계 1위 삼성도 중국시장선 고전
에어컨 1위 LG는 결국 중국에서 철수
中, 세계시장 본격 공략…"스마트폰 2년내 세계 1위"
[ 김태완//김현석/전설리 기자 ]
“‘어센드메이트2’의 배터리 용량은 세계 최대입니다. 두께도 삼성 ‘갤럭시노트3’보다 얇습니다.”
중국 가전업체 화웨이의 리처드 유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에 참석해 자사 신제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정도로 자사 제품이 우수하다고 자랑한 것이다. 그뿐 아니다. 다른 중국 가전회사 경영자들도 종종 비슷한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한국산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석권한 ‘메이드 인 차이나’
이런 자신감은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베이징 광순베이다제(廣順北大街)에 있는 까르푸왕징(望京)점. 2층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TV코너는 중국 제품 일색이다. 한 종업원은 “외국산 TV가 팔리지 않는 데다 값도 비싸 아예 갖다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5월 중국 스마트T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판매량은 84.1%를 차지했다. 1위부터 5위까지 콩카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훙 등 중국 업체가 휩쓸었다. 세계 1위 삼성이 겨우 5위에 올랐다. 에어컨도 중국 현지 브랜드 점유율이 84%에 달한다. 세계 에어컨 1위인 LG전자가 중국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철수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도 에어컨은 취급하지 않는다. 냉장고 상위 10대 제품도 모두 중국 로컬 브랜드며 세탁기 역시 중국 브랜드가 대다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잘나갔다. 한국산 에어컨 냉장고 등이 전체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수많은 현지 업체들이 한국산의 50~80% 가격에 제품을 쏟아냈다. 냉장고 회사만 200개가 넘었다. 이들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거미줄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팔았다. 삼성과 LG전자의 경우 지방에는 자체 유통망이 없었다. 궈메이 쑤닝 등 대형 양판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승승장구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내수 진작을 위해 ‘가전하방’ 정책을 시행했다. 농촌 주민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지역별로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이 정책의 수혜를 받아 급속하게 성장했다. 고가제품을 취급하고 유통망이 없는 삼성 LG로서는 가전하방 정책이 ‘그림의 떡’이었다.
밀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업체들은 세계시장으로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해 전 세계 △세탁기(19%) △냉장고(16%) △와인냉장고(15%)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이센스는 올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6.4%(4위)로 3위인 소니에 바짝 따라붙었다. 하이센스는 삼성이 포기한 ‘외산의 무덤’ 일본 TV 시장에서도 저력을 보이고 있다. 50인치 풀HD LED TV를 7만엔대 가격에 내놓았다. 동급 일본산(10만엔대)보다 30%가량 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차이나 스톰’이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세계 점유율은 31.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4년 만에 처음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원인은 레노버와 화웨이의 약진이다.
레노버 등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로 팔고 있다. 시장도 중국 중심이다. 그러나 고급형 스마트폰으로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건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지난달 내놓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Mi-3’는 최상급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스를 탑재했다. 그런데도 중국 내 가격이 대당 40만원 안팎이다. 갤럭시S5의 절반 값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 연구위원은 “2016년이면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품시장서도 차이나파워
중국의 전자산업 경쟁력은 완제품 시장에서뿐 아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2012년 1분기 10%선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TV패널 부문)이 지난 2분기 30%를 훌쩍 넘겼다. 지난해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삼성전자는 대표 제품으로 110인치 UHD(초고화질) TV를 선보였다. 그러나 여기에 쓰인 패널은 중국 BOE 제품이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한국 기업만한 제조 기술을 갖춘다면 한국의 자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며 “중국 전자업체들의 부상은 한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김현석/전설리 기자 realist@hankyung.com
특별취재팀 박수진(팀장)·김현석 산업부 차장·정인설 ·이상은 ·최진석·강현우·남윤선 산업부 기자·김태완 국제부 차장·전설리 IT과학부 기자
中, 정부지원 받고 '약진'…한국기업 밀어내기
TV 세계 1위 삼성도 중국시장선 고전
에어컨 1위 LG는 결국 중국에서 철수
中, 세계시장 본격 공략…"스마트폰 2년내 세계 1위"
[ 김태완//김현석/전설리 기자 ]
“‘어센드메이트2’의 배터리 용량은 세계 최대입니다. 두께도 삼성 ‘갤럭시노트3’보다 얇습니다.”
중국 가전업체 화웨이의 리처드 유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에 참석해 자사 신제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정도로 자사 제품이 우수하다고 자랑한 것이다. 그뿐 아니다. 다른 중국 가전회사 경영자들도 종종 비슷한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한국산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석권한 ‘메이드 인 차이나’
이런 자신감은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베이징 광순베이다제(廣順北大街)에 있는 까르푸왕징(望京)점. 2층 대형 전자제품 매장의 TV코너는 중국 제품 일색이다. 한 종업원은 “외국산 TV가 팔리지 않는 데다 값도 비싸 아예 갖다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5월 중국 스마트T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판매량은 84.1%를 차지했다. 1위부터 5위까지 콩카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훙 등 중국 업체가 휩쓸었다. 세계 1위 삼성이 겨우 5위에 올랐다. 에어컨도 중국 현지 브랜드 점유율이 84%에 달한다. 세계 에어컨 1위인 LG전자가 중국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철수했을 정도다. 삼성전자도 에어컨은 취급하지 않는다. 냉장고 상위 10대 제품도 모두 중국 로컬 브랜드며 세탁기 역시 중국 브랜드가 대다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잘나갔다. 한국산 에어컨 냉장고 등이 전체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수많은 현지 업체들이 한국산의 50~80% 가격에 제품을 쏟아냈다. 냉장고 회사만 200개가 넘었다. 이들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거미줄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팔았다. 삼성과 LG전자의 경우 지방에는 자체 유통망이 없었다. 궈메이 쑤닝 등 대형 양판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승승장구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내수 진작을 위해 ‘가전하방’ 정책을 시행했다. 농촌 주민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지역별로 자체 유통망을 갖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이 정책의 수혜를 받아 급속하게 성장했다. 고가제품을 취급하고 유통망이 없는 삼성 LG로서는 가전하방 정책이 ‘그림의 떡’이었다.
밀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업체들은 세계시장으로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해 전 세계 △세탁기(19%) △냉장고(16%) △와인냉장고(15%)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이센스는 올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6.4%(4위)로 3위인 소니에 바짝 따라붙었다. 하이센스는 삼성이 포기한 ‘외산의 무덤’ 일본 TV 시장에서도 저력을 보이고 있다. 50인치 풀HD LED TV를 7만엔대 가격에 내놓았다. 동급 일본산(10만엔대)보다 30%가량 싸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차이나 스톰’이 시작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세계 점유율은 31.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4년 만에 처음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원인은 레노버와 화웨이의 약진이다.
레노버 등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로 팔고 있다. 시장도 중국 중심이다. 그러나 고급형 스마트폰으로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건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지난달 내놓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Mi-3’는 최상급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스를 탑재했다. 그런데도 중국 내 가격이 대당 40만원 안팎이다. 갤럭시S5의 절반 값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 연구위원은 “2016년이면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품시장서도 차이나파워
중국의 전자산업 경쟁력은 완제품 시장에서뿐 아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2012년 1분기 10%선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TV패널 부문)이 지난 2분기 30%를 훌쩍 넘겼다. 지난해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삼성전자는 대표 제품으로 110인치 UHD(초고화질) TV를 선보였다. 그러나 여기에 쓰인 패널은 중국 BOE 제품이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한국 기업만한 제조 기술을 갖춘다면 한국의 자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며 “중국 전자업체들의 부상은 한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김현석/전설리 기자 realist@hankyung.com
특별취재팀 박수진(팀장)·김현석 산업부 차장·정인설 ·이상은 ·최진석·강현우·남윤선 산업부 기자·김태완 국제부 차장·전설리 IT과학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