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55명 중 43명 재원 조달 방안 명시안해
여야, 상향식 공천 '헛구호'…후보간 TV토론 크게 줄어
[ 이호기 / 고재연 기자 ]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공약의 재원조달 방안 △공천 혁신 △후보 간 토론회 등이 없는 ‘3무(無)’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자 55명 중 43명이 공약 이행에 관한 재원조달 방안을 명시하지 않거나 막연하게 제시했다.
실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는 국군정보사 (장재)터널 조기 개통 등 다수의 지역 개발 공약을 냈다. 그러나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이들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 후보와 맞서는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사당로 3차선 구간(사당시장~총신대) 차도를 최소 왕복 6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공약을 냈지만 이행 시기와 재원조달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 역시 반값 대학 등록금, 건강보험 보장률 100%, 소방방재특별기금 조성 등 막대한 국가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냈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없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해당 후보가 공약서에 재원조달 방안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돼 있으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 같은 의무가 없다”며 “국회의원은 선출 전부터 특권을 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앞다퉈 약속한 공천 혁신도 물거품이 됐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올해 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정부패로 인해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원인 제공자의 소속 정당은 당해 선거에서 공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도 이에 공감하며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정당 모두 이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재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 5곳에서 여야는 모두 빠짐없이 후보를 냈다.
여야가 그토록 강조한 지역민 의사를 반영하는 ‘상향식 공천’도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도부 모두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연고도 없는 후보를 이리저리 돌려막는 공천을 했다. 수도권 재·보선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모두 6명의 후보를 중앙당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내려보내는 전략공천을 했다. 전략공천은 세밀한 지역 공약과 재원조달 계획을 수립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후보자가 늦게 정해지다 보니 이번 재·보선에 출마한 55명 가운데 9명이 법정기한에 맞춰 주소지를 해당 지역구로 옮기지 않아 그 지역에서 투표를 못하게 됐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후보 선택을 돕기 위해 수차례 실시돼야 할 방송 토론회도 일정상의 이유 등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이호기/고재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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