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재계, 사내유보금 과세 '온도差' 확인

입력 2014-07-22 21:28   수정 2014-07-23 04:01

崔부총리-경제5단체장 회동…"인센티브 주겠다" vs "과세에 위기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中企실정 감안해 달라"
崔, 저탄소차 협력금 등 "다시 짚어보겠다"



[ 이태명 / 강현우 / 김우섭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 수장들과 회동을 가졌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직무대행(부회장)을 만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기업들의 협력을 부탁했다.

간담회에선 사내유보금 과세, 노동문제, 기업규제 완화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 부총리는 “기업들이 주저하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재계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과감히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유보금 과세, 미묘한 ‘시각차’

간담회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최 부총리가 “신고식을 겸해 회장님들께 인사차 왔다”고 하자 경제단체장들은 2기 경제팀의 성공을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어 최 부총리는 “수년째 저성장이 지속되는 등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건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들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박 회장은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달라”고 건의했다. 허 회장은 “내수활성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주요 현안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도 있었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비공개 간담회의 최대 이슈는 ‘사내유보금 과세’였다. 먼저 허 회장이 “유보금 과세는 정책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폭넓은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사내유보금 과세는 언론에서 과장되게 보도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인건비나 배당으로 쓰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그럼에도 유보금을 과도하게 쌓으면 법인세 등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보금 과세의 핵심은) 인센티브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어떤 식이든 과세라는 채찍도 들겠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문제·규제완화 건의 봇물

노동규제, 투자규제 등에 대한 건의도 많았다. 최 부총리가 “기업 생산성이 향상되는 정도에 비해 인건비 상승률이 저조하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한 참석자는 “한국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효율이 떨어지는데 임금을 마냥 올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과도한 노동규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내수진작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는데, 비정규직 근로자의 95%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 가운데 70%는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정책을 펴 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타결률이 작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 때문에 기업 인건비가 급상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탄소차 협력금, 배출권거래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회장은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려 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 협력금에 대해 기업들이 우려하는 내용은 잘 알고 있다”며 “다시 짚어보겠다”고 답했다.

이태명/강현우/김우섭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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