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민정부 탄생 난항
[ 김보라 기자 ]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친서민 개혁 정책을 앞세운 조코 위도도(조코위·53·사진) 투쟁민주당(PDIP) 후보가 승리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1998년 독재자 수하르토가 축출된 뒤 사상 첫 문민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상대 진영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2004년 직선제 도입 후 이뤄진 첫 민주적 정권교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2일 현지 언론 자카르타글로브에 따르면 지난 9일 실시된 대선의 개표 결과 조코위 PDIP 연합 후보가 53.17%의 득표율로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연합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득표율 46.83%)를 5.34%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하지만 경쟁 후보인 프라보워가 대선 직후부터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어 정권 이양 작업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라보워는 이번 대선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있다며 이날로 예정돼 있던 선거관리위원회(KPU)의 공식 당선 결과 발표를 2주 뒤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일 양측에 책임 있는 선거 마무리 및 결과 승복을 촉구하긴 했지만 프라보워 측은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공식 발표에 반발한 프라보워 진영 시위대가 들이닥칠 것을 대비해 KPU 자카르타본부를 네 겹으로 둘러싸는 등 보안에 나섰다.
조코위는 이 같은 혼란을 수습하고 원만한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한편 인도네시아 경제를 살려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5.2%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누적된 재정적자도 그에게 놓인 숙제다.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조코위는 친시장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서민 친화적 모습으로 ‘조코위 열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번 대선은 빈민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기업가로 자수성가한 뒤 자카르타 주지사가 된 조코위 후보와 수하르토의 전 사위이자 군 장성 출신으로 강한 리더십과 민족주의를 내세운 프라보워 그린드라당 총재의 양자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또 수하르토 몰락 이후 실시된 대선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을 보였으며 개혁을 바라는 젊은 층과 강력한 리더십 속 안정을 바라는 노·장년층의 분열 속에 개혁과 보수의 박빙 대결로 치러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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