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강공…佛 소극적…獨 중립
[ 김은정 기자 ]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MH17) 피격사건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조사단의 진상규명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각국 이해관계가 얽혀 벌써 러시아 제재 등 공조 움직임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유엔 안보리는 21일(현지시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포함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을 비롯한 모든 무장세력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사건 관련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러시아도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다만 호주 정부가 작성한 초안의 ‘격추’를 ‘추락’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도적인 조사를 언급한 문구에도 이의를 제기해 ‘우크라이나도 국제조사단에 참여한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엔 국가 간 시각차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의 증거 인멸을 막고 제한 없는 사건 현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은 강도 높은 제재를 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프랑스를 압박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의회에 출석, “유럽연합(EU)의 영향력을 활용해 무기 수출 금지를 포함한 자본, 지식, 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상륙함 공급 계약을 이행하려는 프랑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직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가 상륙함 계약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앞으로 러시아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각국 지도자의 자제가 필요하다”며 중립적인 의견을 냈다. 중국은 “성급한 결론은 자제해야 한다”며 러시아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CNBC는 “중국이 러시아를 감싸는 것은 서방국가와 긴장관계가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다수의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가 단호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EU의 제재 강도가 크게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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