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거론되다 '의외 인사'…김기춘 실장과 가까운 사이
[ 정종태 기자 ] 신임 일본 주재 한국대사에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흥수 새누리당 상임고문(77·사진)이 내정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주일대사는 전임 이병기 대사가 지난달 15일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돼 귀국한 이후 한 달 이상 공석이었다.
유 고문은 경찰 관료 출신으로 전두환 정부 때 충남지사,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 등을 역임했으며 12·14·15·16대 국회의원(부산 지역구)을 지냈다. 2004년 초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새누리당의 상임고문 자격으로 정치권과 끈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최근 일본 정부에 유 고문의 내정 사실을 통보하고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인 유흥수 고문이 발탁된 것은 ‘일본통’인 그가 일본 조야의 인맥 등을 활용해 얼어붙은 대일관계의 해법을 마련하라는 임명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고문의 내정에 대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간사를 맡는 등 대표적인 지일파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계를 떠난 뒤에도 한일친선협회 이사장을 맡는 등 일본에 정통한 점이 주일대사로 발탁된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고문은 1992년 한일의원연맹 우리 측 간사를 맡은 데 이어 2000~2004년에는 연맹 간사장을 지내면서 한·일 의원외교에 깊이 관여해 일본 정계에 지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의원연맹 총회 때는 일본어로 연설할 만큼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1998년에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내는 등 외교 감각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9년부터는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현업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고 후임 주일대사 물망에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다소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후임 주일대사에는 지난달 청와대 참모진 교체 때 물러난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를 지낸 측근 인사를 주일대사로 내정할 경우 불필요한 외교적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막판에 교체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 고문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유 고문이 두 살 많지만 서울대 법학과를 같은 해에 졸업했다.
△1937년 경남 합천 △경기고, 서울대 법대 △고등고시 행정과 14회 △치안본부장 △충남지사 △교통부 차관 △민정당 제1사무차장, 신한국당 제1정책조정위원장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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