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 기자] 사람들은 강동원이 변했다고 한다. 이것은 강동원 스스로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그 말 뒤에 조그맣게 덧붙인다. “데뷔 때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보자면 엄청난 발전이에요. 하지만 그게 단 번에 바뀐 건 아니죠.”
조금씩 천천히. 물감이 종이에 스미듯 그랬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지나 ‘의형제’ ‘전우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를 지켜보면서도, 작고 미세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눈치 채지 못했다.
최근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강동원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대개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니 별로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그가 변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 강동원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사실 저는 되게 밝은 스타일이에요. 개구지고 웃긴 스타일이죠. 알고 보면요…. 유머도 좋아하고 긍정적인 편인데. 대신 어떤 부당함에 있어서는 타협을 잘 못 하긴 해요.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요.”
사람들이 그를 멀게 느꼈던 건 비단 잘생긴 외모 탓만은 아니었다. 워낙 말도 없고 흔한 후기조차 없었으니. 오죽하면 그를 “신비하다”고까지 했을까. 천천히, 어렵사리 입을 열어도 짧은 답변을 내놓던 그이기에 이번 인터뷰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신비주의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일하는 건 똑같아요. 영화 찍고 홍보하고…. 사적인 부분을 최소화시켜서 영화 몰입도 높이는 건 데뷔 초부터 비슷했어요. 광고를 많이 안 해서 그런가. 광고는 저랑 잘 맞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군도’ 인터뷰를 통해 만난 강동원의 모습은 어딘지 이전보다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스스럼없이 말하고, 잘 웃고, 시종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나이가 조금 드니까 편안해지는 것도 있죠. 예전에는 기자분들도 저보다 나이가 많고, 어딘지 강압적인 분위기도 있어서…. 무서웠죠. 네. 무서웠어요. (웃음) 지금은 기자분들이나 현장 스태프들까지 연령층이 비슷하거나 어려져서. 일하기도 편하고, 말도 자연스럽게 늘기도 했어요.”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직설적이고 단단한 힘을 가졌다. 이제야말로 여유가 생긴 듯, 말을 꺼내는 것에 대해서도 스스럼이 없었다.
“처음 조윤 역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 반대했어요. 일단 분량이 적고, 악역이고, 제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분들이 많았죠. 그 기라성 같은 배우들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요.”
지인들의 걱정에 “그래도 데뷔한 지 꽤 됐는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억울해했지만, 시사회 후 그런 걱정들은 놀랄 만큼 잦아들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강동원이 너무도 강렬해 ‘군도’의 다른 부분들이 죽는 게 아니냐”고 평했을 정도.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하네요. (웃음) 극중 조윤은 악역이지만, 사실 그도 군도 패거리와 마찬가지로 시대에 버림받은 인물이에요. 서자 출신의 무관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더 올라갈 수 없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장사를 시작하죠. 원래 시나리오에는 다른 양반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서자기 때문에 무시당하고, 싸움까지 벌였다가 반쯤 죽도록 얻어맞는 신도 있었어요.”
4년 만의 복귀작. “호흡이 계속 쳐지는 것 같아”서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군도’ 촬영은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하정우, 마동석, 조진웅, 이경영 등 대다수의 배우들이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작품이다. “이미 친분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끼는 게 힘들진 않았어요?”하고 묻자 그는 대번에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항상 생각하는데 살아온 세월보다, 얼마만큼 생각이 잘 맞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보다 형님들이 더 걱정하시더라고요. ‘우리가 같이 작품을 했지만 친분으로 그러는 사람들이 아냐. 우리는 프로고 윤 감독도 친분으로 몰아주고 그런 거 전혀 없어’라면서요.”
편하게 이야기할 때면 부산 사투리 억양이 그대로 묻어난다. 담담하게 “마음이 맞으면 친구죠 뭐”라고 말하는 그는 예쁜 얼굴과는 달리 단단하고 남자다운 기색이 있다.
“맞아요. 정우 형이 저보다 더 여성스럽고 도시 남자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손에 모래 묻는 것도 싫어해요. 전 막 구르면서 하는데도요.”
그래서 물어봤다. 만약 도치(하정우)와 조윤을 서로 바꿔서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시나리오 들어가기 전부터 이야기가 있긴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정우 씨가 산적이지 강동원 씨가 산적이겠냐’고 하셔서 무산됐죠. 이번에는 서로 잘 맞는 롤을 한 거고 다음에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남성적인 역할, 정우 형이 여성적인 역할을 하는 걸로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강동원이 말하기를 즐거워했던 것 중 하나는 ‘군도’ 팀에 대한 것들이었다. 듣기만 해도 애정이 뚝뚝 흐르는 것이 작품을 지나 배우, 감독, 스태프들에게까지 묻어 있었다.
“‘군도’ 팀에서는 제가 막내죠. 방송 인터뷰도 제가 맡고 있어요. 형들도 ‘4년 만이니까 네가 대답해. 사람들은 네가 말하는 걸 보고 싶어 할 거야’라고 배려해주고 계세요. 제겐 부담이지만요. 안 그러셨으면 좋겠는데. (웃음)”
이제 모 포털사이트에는 그의 이름을 검색해도 3페이지에 달하는 필모그래피를 볼 수 있다. 차근차근 착실하게 쌓아온 그의 이력들 중 ‘군도’는 어떤 의미일까?
“‘군도’는 30대 첫 작품이에요. 20대 때는 아직 성숙한 성인으로서 모자라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뭔가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산업에 있어서도 예전에는 신인이었다면 이제는 중간으로 접어 들어가는 느낌이니까요.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싶고. 그런 의미에서 ‘군도’ 30대 첫 작품으로 너무나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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