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네탓하며 40일 허송한 檢警

입력 2014-07-23 20:31   수정 2014-07-24 05:25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 김태호 기자 ] “처음부터 우리(경찰)한테 맡겼으면 진작에 잡았을 텐데….”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에 속도를 내던 지난 6월초 한 일선 경찰서의 형사과장이 한 말이다. 유 전 회장 검거를 위해 검경합동수사단이 꾸려진 뒤 김진태 검찰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은 줄곧 “검경은 유기적으로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상은 달랐다. 검경의 협력과 공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까지도 일선에선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25일 검찰의 송치재 휴게소 급습 작전은 두 기관의 불통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찰은 당시 첩보를 입수해 독자적으로 검거작전을 진행했으나 포위망을 제때 갖추지 못해 작전은 실패했다. 그러자 경찰은 “검찰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수사 특성상 보안유지가 필요한데 경찰이 너무 많은 정보를 알려고 한다”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를 검거하는 경찰관에 대한 포상으로 ‘1계급 특진’을 내걸었을 때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검찰이 관련 내용을 경찰과 협의도 없이 언론에 공표한 데 대해 경찰 관계자들은 “검찰이 왜 우리 포상에까지 관여하느냐”며 냉소를 보냈다.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경찰은 노숙자 시신으로 판단했고, 검찰 역시 이를 아무런 의심 없이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40일이 지난 22일 새벽 이 시신은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도 검경의 협조는 없었다. 경찰은 시신을 발견하고도 유 전 회장 검거를 지휘하는 인천지검엔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두 기관은 유 전 회장 사망 이후에도 40여일간 추적작업을 벌였다.

두 기관의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번엔 경찰에 대한 검찰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유 전 회장 구속영장을 재발부 받은 당일 공교롭게도 경찰이 “유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됐다”고 발표해서다.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검찰을 물 먹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던 게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눈초리다.

수사권 문제로 오랜 기간 반목해온 검경이 함께 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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