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정인설 기자 ]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가격 상한선을 t당 1만원으로 통제하기로 했다. 가격을 통제하면 1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기간(2015~2017년) 동안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28조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배출허용 총량을 1% 늘려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정부가 가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수정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부담금 28조→2조8000억원?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이달 초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안정화조치 목표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하고,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을 1%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산업계는 1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해야 할 온실가스 양이 정부 할당량보다 2억8459만 더 많다고 주장한다. 과징금 상한선인 당 10만원을 적용하면 3년간 산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8조4590억원에 이른다는 것. 모든 산업 분야에서 실제 배출량이 정부가 설정한 할당량보다 많아 ‘거래권 부족 현상’이 나타나 배출권을 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보완책이 목표가격 1만원 설정이다. 시장안정화 조치 목표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하면 부담 금액이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장에 배출권이 모자라 가격이 급등하면 정부가 가지고 있던 예비 배출권 비축분을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위해 1차 계획기간에 할당된 배출권 예비분을 1600만에서 2700만으로 늘리기로 부처 간 합의했다”며 “늘린 예비분이 모자랄 경우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 할당된 예비 비축분을 차입해서라도 시장에 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싼값에 거래권을 살 수 있으면 굳이 과징금(시장가격의 3배)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간접배출 할당량도 증량
정부는 간접배출에 대한 할당량도 종전 2억1000만에서 780만 더 늘려주기로 했다. 기업들이 전기를 구입해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간접배출까지 거래제 적용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간접배출 부문에서 줄여야 할 온실가스 양은 100만~200만 남짓으로 줄어들어 간접배출 규제에 따른 부담은 거의 없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배출허용 총량(16억4000만)을 1% 증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 반발은 여전
정부의 이 같은 수정안에 업계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미봉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배출권 가격을 1만원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배출권 예비분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양에 못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총량 1% 증량안’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이다. 김 팀장은 “업계에서는 배출허용 총량을 15% 이상 증량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1% 증량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정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조율이 주목된다.
■ 시장안정화 조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거래권 가격이 급등할 때 정부가 예비로 비축해 놓은 배출권 물량을 풀어 시장가격을 낮추는 제도다. 시장가격이 정부의 목표가격을 웃돌면 시장안정화 조치가 발동된다.
세종=심성미/정인설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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