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김동윤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중단됐던 중국의 원전건설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올 상반기 원전 건설 재개 방침을 시사한 뒤 각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원전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중국 양대 원전업체인 중국핵공업그룹(중핵그룹)과 중국광핵그룹(광핵그룹)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 계획이 현실화하면 중국은 2020년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지방정부 원전 유치 총력전
24일 화샤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각 지방정부는 최근 앞다퉈 원전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구이저우성은 지난 10일 광핵그룹과 원전 건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 총 380억위안을 투자해 향후 두 개의 원전을 구이저우성에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이저우성 외에 장시성 후난성 쓰촨성 헤이룽장성 등도 원전 유치 작업에 나섰다.
왕량팡 후난성 에너지국장은 지난 5월 “원전은 장차 후난성의 주 에너지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성은 최근 발표한 ‘장시성 중장기 전력발전 계획’에서 “2020년까지 원전 가동을 시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원전 유치를 위해 이처럼 뛰고 있는 것은 올 들어 원전건설에 대한 중앙정부 입장이 전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동부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총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28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추가 원전 건설이 중단됐지만 리 총리는 지난 4월 새롭게 구성된 국가에너지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도입하고, 안전을 확보한다는 전제 아래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린보챵 샤먼대 중국에너지경제연구중심 주임은 “부동산 경기 둔화로 세수가 줄어든 지방 정부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원전 건설이 구미에 딱 맞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 원전 건설 자금 조달
중국 원전 건설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중핵그룹과 광핵그룹이 연내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것도 중국의 원전 건설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는 이유다. 중핵그룹은 5월 자회사 중국핵능전력을 상하이 증시(A주)에 연말까지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IPO 규모는 약 162억위안으로 2010년 8월 광다은행 IPO(217억위안) 이후 최대 규모다. 광핵그룹 역시 연내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IPO 규모도 중국핵능전력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중장기 원전 건설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5000억W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려면 총 4800억위안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중 일부는 중핵그룹과 광핵그룹이 조달해야 한다.
베이징=김동윤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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