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찾기 新메카' 제주 게스트하우스

입력 2014-07-25 20:54   수정 2014-07-26 10:46

인사이드 스토리

투숙객 대부분이 20~30대
낮엔 여행·밤엔 바비큐 파티
외로운 남녀 자연스레 어울려

올레길 영향 1000여곳 성업
펜션도 게스트하우스로 전환



[ 박병종 기자 ]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다!”

지난 24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의 S게스트하우스. 20~30대 청춘 남녀 20여명이 바다를 배경으로 흑돼지 삼겹살을 굽는 동안 포항에서 왔다는 30대 초반의 A씨가 건배사를 했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맥주잔이 부딪친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의 진행으로 자기소개가 한바퀴 돌자 서먹했던 분위기 대신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건배사를 한 A씨는 이미 부산 아가씨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인천에서 온 간호사 B씨는 서울 신당동에 산다는 연하남과 함께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가 청춘 남녀의 ‘짝 찾기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저렴한 숙박료가 강점인 대표적인 여행자 숙소. 월정리 해변에만 6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성업 중이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투숙객 대부분이 20~30대 남녀다. 이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마다 열리는 바비큐 파티에 참석해 자연스레 어울린다. 이 과정에서 외로운 남녀가 눈이 맞는 것은 자연법칙. 지난해 S게스트하우스에서 식사 뒷정리로 같이 설거지를 하다 연인으로 발전한 김정인(33)·송혜원(31) 씨 커플은 올 4월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 빅뱅

제주도 게스트하우스가 20~30대 싱글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9년께 제주 올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부터다. 올레길을 홀로 도보 여행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는 젊은이가 급격히 늘었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은 여러 명이 한 방을 쓰면서 여행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3~4년 전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던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스트하우스가 청춘 남녀에게 인기인 것은 1박당 2만~3만원에 불과한 싼 숙박료 때문만은 아니 다. 매일 저녁 바비큐 파티를 열어 여행객끼리 사교의 장을 열어주는 이벤트 등이 주효했다. 투숙객의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통금시간을 정해 남녀간 건전한 만남의 장이 되도록 유도한 것도 그렇다.

◆짝 찾기 방식의 오프라인 회귀

게스트하우스가 새로운 짝 찾기 장소로 각광받는 것은 결혼시장 트렌드와도 닿아 있다. 2000년대 결혼정보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에 대한 거부감이 퍼졌다. 2000년대 후반에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이음’ 등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앱으로 만나는 관계가 가볍게 여겨지면서 진지한 만남을 하기엔 한계가 노출됐다.

온라인 시대라지만 오프라인에서 시작되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청춘 남녀가 제주도로 모여드는 것도 낭만적인 오프라인 만남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매월 소셜데이팅 앱에 20만원가량을 썼다는 김우람 씨(32)는 “최근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 다녀온 뒤 앱을 지우고 다음달에도 게스트하우스에 가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고 말했다.

◆제주 숙박업계 지각변동

게스트하우스의 부상은 제주 숙박업계의 지형도 변화시켰다. 한때 인기를 끌던 펜션들은 업종을 게스트하우스로 전환하거나 일부 공간을 게스트하우스로 변경하고 있다. 서귀포시에서 외돌개나라 펜션을 운영하는 김진호 씨는 “1박당 10만원이 넘는 펜션 숙박료를 1인 여행객들은 부담스러워해 건물 일부를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호텔들은 아예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20% 정도였던 제주점의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최근 35%까지 늘었다”며 “과거에는 신혼여행객 등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했지만 요즘에는 외국인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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