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유도 꼴찌…규제 강도 1위
'사내유보금 과세' 효과는 없고
외국기업 투자 등 돌리게 할 것
[ 정인설 기자 ] “싱가포르와 홍콩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됐고 한국은 대만과 함께 이무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사진)은 24일 ‘2014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이 열린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한국과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지난 10년간 경제 지표를 감안한 평가다.
권 원장은 “기업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려 한국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못한 외자유치국으로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업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려는 정부 규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제 자유도 최하위 수준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2003년만 해도 싱가포르와 홍콩의 1인당 GDP는 2만3000달러대. 당시 한국도 1만3451달러로, 잘만 하면 싱가포르와 홍콩을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10년이 지난 뒤 싱가포르는 5만달러를 넘어섰고 홍콩은 4만달러에 육박했지만 한국은 2만달러대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준으로도 싱가포르와 홍콩은 한국과의 격차를 벌려, 지난해 500억~600억달러씩 FDI 규모가 많았다.
권 원장은 한국이 부진한 원인을 경제 자유도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한다고 비판하는데 외국인도 한국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금액이 연간 100억달러를 잘 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34위에 머물러 있다. 1위와 2위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물론 대만(20위)보다도 못하다.
기업 활동의 자유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면에서도 경쟁국에 밀리는 상황이다. 한국의 기업자유도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대만을 앞섰다. 그러다 지난해 93.6점을 얻어 94.3점인 대만에 추월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노동자유도는 56.6에서 48.7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한국보다 취약했던 대만은 46.1에서 53.3으로 높아지며 한국을 제쳤다.
◆정부 규제가 발목 잡아
권 원장은 한국의 추락 원인으로 정부 규제를 꼽았다. 그는 “정부 규제 강도가 높아 한국에선 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기업활동 자유도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148개국 중 95위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줄곧 1위를 지키고 홍콩은 5위 안에 들고 있다. 대만도 2009년 30위권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5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공무원들의 청렴성도 한국이 네 마리의 용 중 꼴찌였다. 헤리티지재단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공공부문 청렴도는 54점으로 싱가포르(92점) 홍콩(84점)과 큰 격차를 보였다.
권 원장은 “정부가 기업 내부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매기려 하고 있는데 이런 규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고 외국인 투자자만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며 “규제를 풀어 기업을 살리고 노사 문제를 개선해야 한국이 다시 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창=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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