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 훈시나 듣자는 판박이 하계포럼은 이제 그만

입력 2014-07-27 20:30   수정 2014-07-28 05:03

재계의 하계포럼 시즌이 돌아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능률협회는 모두 지난주 하계포럼을 열었고 한국표준협회와 인간개발연구원은 오는 30일부터 나흘간 연다. 하계포럼을 갖는 이유는 CEO들이 모처럼 일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재충전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초청 강사의 면면을 보면 그게 아닌 모양이다. 대부분의 포럼이 장관 한 명을 꼭 끼워 넣고 나머지는 대학교수 기업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등으로 강사진을 구성한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여러 가지 경험과 전문지식을 듣겠다는 것이야 문제될 것이 없다.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장관이다. 지난주 열린 세 개의 포럼은 약속이라도 한 듯, 최경환 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을 각기 특별 강사로 초청했다. 이번주 열리는 두 개 포럼은 현직 장관은 아니지만 전직 총리와 장관을 각각 강사로 초빙했다. 장관을 부르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장관 한 명쯤은 와야 행사의 ‘격’이 올라가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석자 수를 늘리는 데도 약간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장관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이런 관례는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한다. 사실 장관들이 와서 하는 강연치고 알맹이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발표한 정책을 반복하는 게 보통이다. 관이 가진 지식이나 정보가 기업보다 앞서는 시대도 아니다. 굳이 하계포럼에 장관이나 고위 공무원을 단상에 모셔놓고 기업인들이 바닥에 앉아 훈시를 들을 이유는 없다.

지금 같은 하계포럼의 효시는 1974년 대한상의가 개최한 제1회 최고경영자대학이다. 당시엔 참석자 수도 적었고 기업가 정신과 공장 관리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실무지식이 주된 아젠다였다고 한다. 그러던 하계포럼이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장관 불러 악수 한 번하고 얼굴 도장 찍는 식으로 변질됐다. 소통도 아니고 그저 구시대적 관행일 뿐이다. 이런 관존민비 식 행사는 이제 바꿀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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