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좋다] "日경제 배우기 넘어 '잃어버린 20년' 교훈 배우죠"

입력 2014-07-27 21:29   수정 2014-07-28 04:53

만남이 좋다 - 일본 주재 한국인 공부모임'도쿄포럼'

31명 회원 11년째 월례 모임
아키타 공장 견학 중 3·11대지진
14시간 버스 귀환 '死線 넘은 전우'



[ 서정환 기자 ]
“처음에는 일본 경제의 실체를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자는 취지였죠. 이제는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으려 합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시내에 있는 푸르덴셜타워 빌딩 3층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 다들 퇴근길을 재촉하는 시간,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도쿄 내 한국인 공부 모임인 ‘도쿄포럼 월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조정선 MBC 일본지사장이 ‘우리는 행복한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대부분 업무에 쫓기다보니 뒤늦게 도착해 강의 중간중간 뒷자리를 채우는 일도 흔하다. 조 지사장은 오랫동안 라디오 PD를 해온 경험을 살려 연예인들의 자살 얘기를 시작으로 ‘행복’을 풀어갔다.

도쿄포럼은 2003년 6월17일 13명의 회원으로 발족해 이달 120회를 맞았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월 1회 만나 자신의 전공분야는 물론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올해로 11년째지만 실은 그 전에 잠시 비슷한 모임이 있었다. 1991년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당시 조치대 교환교수)과 구자열 LS그룹 회장(당시 LG 도쿄지사장), 김창진 전 무역협회 도쿄지부장 등이 모태 격인 소규모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등으로 흐지부지됐다가 이 부회장이 히토쓰바시대 교환교수로 오면서 새롭게 공식 출범했다.

현재는 31명이 회원으로 있다. 창립 멤버인 국중호 요코하마대 교수를 비롯해 강경구 반도재팬 상무, 김형기 맥스텔 사장 등은 터줏대감으로 초창기부터 활동해오고 있다. 회원가입은 기존 회원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국 교수는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한 업종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회원으로 하거나 경쟁사 사람을 신규 회원으로 맞는 일은 암묵적으로 피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대부분 전문적인 주제가 다뤄진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일본의 재정개혁’ ‘양적완화정책의 평가와 향후 통화정책 방향’ ‘민주당 정권의 파벌과 인맥’ 등이 예다. 하지만 ‘일본 주류시장과 술문화’ ‘탄생일 연구를 통한 소질의 이해와 활용’ ‘영화 속 숨은 그림 찾기’ 등 부드러운 주제들도 이따금 등장한다.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잠시 책을 접고 견학이나 문화 행사를 연다. 일본 가극단 다카라즈카 공연을 보거나 ‘설국의 땅’ 아키타를 찾은 적도 있다. 2011년 3월에는 일본 3대 명주인 ‘다카시미즈’ 아키타현 공장을 견학했다가 3·11 대지진을 만났다. 암흑천지였던 아키타시에서 촛불을 켜고 밤을 지새운 후 1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도쿄로 돌아왔다. 박인동 김앤장 변호사는 “공부 모임이지만 그 당시는 사선을 넘은 ‘전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따금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강의도 듣는다. ‘신의 물방울’ 저자인 아기 다다시, 전미정 프로골퍼, 일본 최고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 등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숭녕 SK루브리컨츠재팬 사장(도쿄포럼 회장)은 “도쿄포럼은 지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도쿄 한인들의 샘터”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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