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드와인 대표 산지-리오하
[ 나보영 기자 ]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아직 생소할지 모르나 ‘리오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레드와인 산지다. 스페인 와인에 대해 잘 모르겠다 싶으면 리오하 와인을 고르면 될 정도다. 리오하의 중심 도시는 로그로뇨(Logrono)다. 이 지역 와이너리 마케팅 담당자는 ‘걸어서 하루에 다 볼 수 있지만, 끊임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이란 말로 소개를 시작했다. 관광객에게 로그로뇨를 설명할 때 이보다 명쾌한 말을 찾기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포도 밟는 축제가 시작되는 곳
리오하는 피레네 산맥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 남부와 가까이 자리해 있다. 덕분에 프랑스 보르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에게 양조기술을 배워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 성장했다. 리오하의 주도 로그로뇨는 로마시대에 건설된 성곽도시라는 태생적 배경으로 중세 시대의 건축물들을 잘 간직한 곳이다. 15세기 고딕양식으로 건축한 입구와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완성된 탑의 대비가 돋보이는 ‘산타 마리아 데 라 레돈다 대성당’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16세기에 증축된 메르카도 광장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천카페의 커피 향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웃음 짓는 어린이들이나, 낯선 관광객에게도 친절한 카페 주인장의 얼굴에서 스페인 지방 도시 사람들 특유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로그로뇨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여정 중 쉬어가는 도시가 되면서부터였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이 9세기에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발견된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겼는데 지금도 매년 수십만명이 찾을 만큼 붐빈다.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가을에 다시 로그로뇨를 찾아오라고 한다. 오는 9월21일 ‘산 마테오 축제(The feast day of San Mateo)’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발렌시아 지방에서 토마토를 던지는 토마티나 축제를 벌이듯, 이곳 사람들은 이 기간 중 전통의상을 입고 나무통에 들어가 포도를 밟으며 CF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한다. 1주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 기간에는 콘서트, 불꽃놀이, 투우, 민속춤, 카니발 행렬도 펼쳐져 여행자에겐 가장 흥미로운 때가 아닐 수 없다.
타파스, 로그로뇨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저녁에 타파스 거리를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이곳을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타파스는 애피타이저의 일종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식사 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리오하를 포함한 스페인 북부 지역의 타파스는 꼬치에 음식과 빵을 함께 꽂는 핀초스(pinchos) 형태가 많다.
최근 몇 년간 로그로뇨는 ‘론리 플래닛’을 비롯한 여행서를 통해 타파스를 맛보기 좋은 곳으로 소개되고 있다. 로그로뇨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타파스 바(bar)가 있는 곳이어서다. 라우렐 골목과 어거스틴 골목을 중심으로 200개를 넘는 타파스 바가 각양각색으로 늘어서 있다. 어떤 곳은 버섯, 어떤 곳은 돼지 볼 살, 어떤 곳은 새우와 파인애플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그 메뉴를 이름 삼아 ‘버섯에서 만나자’하는 식으로 약속을 잡은 뒤, 여러 곳을 순회하며 골고루 맛보는 것을 즐긴다. 가격은 1인분에 2~4유로 정도여서, 주머니가 얇은 여행자라도 큰 부담이 없다. 이곳에선 술에 취한 모습을 두고 ‘코끼리 코(trompa)가 됐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타파스 가게가 모인 이 거리를 ‘트롬파스(trompas)’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타파스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여름밤의 트롬파스 거리는 로그로뇨 여행에 있어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다.
추천 타파스 바
바 소리아노(Bar Soriano)
마늘과 올리브 오일이 어우러진 버섯구이 핀초스로 유명한 곳. 대개 영업이 끝날 때까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주소 Travesia de Laurel, 2, 26001 Logrono, La Rioja, Spain 전화 +34 941-2288-07
라 타비나(La tavina)
1층은 타파스 바, 2층은 와인 숍, 3층은 레스토랑으로 구성돼 있다. 와인 숍에서 구입한 와인을 레스토랑으로 가져가 마실 수도 있다. 주소 Calle del Laurel, 2, 26001 Logrono, La Rioja, Spain 전화 +34 941-10-23-00
여행팁
스페인 내에서 기차를 이용할 경우 마드리드의 차마르틴 역에서 3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하고, 바르셀로나의 산츠 역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인 빌바오 공항에서는 하루 4~7편의 버스가 다니며 약 2시간 걸린다. 산 마테오 축제기간에 로그로뇨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숙소 예약은 필수. 자세한 정보는 라 리오하 관광안내소(lariojaturismo.com)
로그로뇨=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 나보영 기자 ]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아직 생소할지 모르나 ‘리오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레드와인 산지다. 스페인 와인에 대해 잘 모르겠다 싶으면 리오하 와인을 고르면 될 정도다. 리오하의 중심 도시는 로그로뇨(Logrono)다. 이 지역 와이너리 마케팅 담당자는 ‘걸어서 하루에 다 볼 수 있지만, 끊임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이란 말로 소개를 시작했다. 관광객에게 로그로뇨를 설명할 때 이보다 명쾌한 말을 찾기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포도 밟는 축제가 시작되는 곳
리오하는 피레네 산맥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 남부와 가까이 자리해 있다. 덕분에 프랑스 보르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에게 양조기술을 배워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 성장했다. 리오하의 주도 로그로뇨는 로마시대에 건설된 성곽도시라는 태생적 배경으로 중세 시대의 건축물들을 잘 간직한 곳이다. 15세기 고딕양식으로 건축한 입구와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완성된 탑의 대비가 돋보이는 ‘산타 마리아 데 라 레돈다 대성당’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16세기에 증축된 메르카도 광장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천카페의 커피 향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웃음 짓는 어린이들이나, 낯선 관광객에게도 친절한 카페 주인장의 얼굴에서 스페인 지방 도시 사람들 특유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로그로뇨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여정 중 쉬어가는 도시가 되면서부터였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이 9세기에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발견된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겼는데 지금도 매년 수십만명이 찾을 만큼 붐빈다.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가을에 다시 로그로뇨를 찾아오라고 한다. 오는 9월21일 ‘산 마테오 축제(The feast day of San Mateo)’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발렌시아 지방에서 토마토를 던지는 토마티나 축제를 벌이듯, 이곳 사람들은 이 기간 중 전통의상을 입고 나무통에 들어가 포도를 밟으며 CF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한다. 1주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 기간에는 콘서트, 불꽃놀이, 투우, 민속춤, 카니발 행렬도 펼쳐져 여행자에겐 가장 흥미로운 때가 아닐 수 없다.
타파스, 로그로뇨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저녁에 타파스 거리를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이곳을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타파스는 애피타이저의 일종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식사 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리오하를 포함한 스페인 북부 지역의 타파스는 꼬치에 음식과 빵을 함께 꽂는 핀초스(pinchos) 형태가 많다.
최근 몇 년간 로그로뇨는 ‘론리 플래닛’을 비롯한 여행서를 통해 타파스를 맛보기 좋은 곳으로 소개되고 있다. 로그로뇨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타파스 바(bar)가 있는 곳이어서다. 라우렐 골목과 어거스틴 골목을 중심으로 200개를 넘는 타파스 바가 각양각색으로 늘어서 있다. 어떤 곳은 버섯, 어떤 곳은 돼지 볼 살, 어떤 곳은 새우와 파인애플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대표 메뉴를 선보인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그 메뉴를 이름 삼아 ‘버섯에서 만나자’하는 식으로 약속을 잡은 뒤, 여러 곳을 순회하며 골고루 맛보는 것을 즐긴다. 가격은 1인분에 2~4유로 정도여서, 주머니가 얇은 여행자라도 큰 부담이 없다. 이곳에선 술에 취한 모습을 두고 ‘코끼리 코(trompa)가 됐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타파스 가게가 모인 이 거리를 ‘트롬파스(trompas)’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타파스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여름밤의 트롬파스 거리는 로그로뇨 여행에 있어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다.
추천 타파스 바
바 소리아노(Bar Soriano)
마늘과 올리브 오일이 어우러진 버섯구이 핀초스로 유명한 곳. 대개 영업이 끝날 때까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주소 Travesia de Laurel, 2, 26001 Logrono, La Rioja, Spain 전화 +34 941-2288-07
라 타비나(La tavina)
1층은 타파스 바, 2층은 와인 숍, 3층은 레스토랑으로 구성돼 있다. 와인 숍에서 구입한 와인을 레스토랑으로 가져가 마실 수도 있다. 주소 Calle del Laurel, 2, 26001 Logrono, La Rioja, Spain 전화 +34 941-10-23-00
여행팁
스페인 내에서 기차를 이용할 경우 마드리드의 차마르틴 역에서 3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하고, 바르셀로나의 산츠 역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인 빌바오 공항에서는 하루 4~7편의 버스가 다니며 약 2시간 걸린다. 산 마테오 축제기간에 로그로뇨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숙소 예약은 필수. 자세한 정보는 라 리오하 관광안내소(lariojaturismo.com)
로그로뇨=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