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경영 일선서 물러난다

입력 2014-07-29 03:18  

LG실트론 투자 실패 책임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28일 오후 8시7분

토종 사모펀드(PEF)의 선구자로 꼽히는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사진)가 PEF 투자와 운용 등 핵심 업무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기로 했다. LG실트론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최근 펀드 투자자(LP)에 변양호, 이재우 공동 대표를 핵심 운용인력(키맨)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키맨은 PEF의 투자와 관리, 회수 등을 결정하는 임원으로 이들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LP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변 대표와 이 대표는 당초 모든 펀드의 키맨 자리에서는 빠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1호 펀드 등 일부는 만기가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이라 키맨 교체의 의미가 없는 데다 LG실트론, 동양생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보니 변 대표 등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보고펀드는 기존 박병무, 신재하 공동 대표와 올해 공동 대표로 승진한 안성욱, 이철민 부대표 등이 펀드 운용을 꾸려나갈 전망이다. 또 이 대표는 인프라, 부동산 등 기존 PEF 업무와는 다른 대체투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 대표는 국내 1호 PEF 운용사인 보고펀드를 만든 주역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엘리트 고위 관료 출신으로 2005년 보고펀드를 창업해 9년 만에 약정액 2조원 규모의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 키워냈다. 보고펀드라는 명칭도 외국 자본에 대항한다는 의미로 9세기 한·중·일 해상교역을 지배했던 신라 해상왕 ‘장보고’에서 따왔다.

보고펀드는 설립 이후 동양생명, 아이리버, 노비타, LG실트론, 삼양옵틱스, 버거킹 등을 인수하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투자한 LG실트론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출금 2250억원에 대한 이자를 내지 못했고 투자 회사(SPC)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투자 업계에서는 변 대표의 퇴진이 국내 PEF 업계 주축이 1세대에서 2세대로 교체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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