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제2 도시 포카라…태권도 배우기'구슬땀', "태권도봉사단은 큰 힘, 중장기 파견 늘려달라"

입력 2014-07-29 21:02   수정 2014-07-30 05:05

한국 대표'외교관'자부심
"개도국 파견 요청 해마다 급증
예산 부족…지원 못해 안타까워"



[ 김수찬 기자 ]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비행기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포카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한 전초기지로 유명한 이 도시 외곽에 ‘포카라스타디움 실내체육관’이 있다. 네팔 제2 도시의 종합체육관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웬만한 초등학교 체육관 시설보다 훨씬 더 초라하고 열악했다.

지난 24일 오전 7시 이곳을 찾았을 때 체육관 안에선 몬순 날씨의 눅눅함에 전 땀 냄새가 물씬 풍겨나왔다. “얼굴 막기!” “몸통 막기!” 취학 전 아동부터 20대 군인까지 150여명의 네팔인이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TPC·총재 김기웅)이 파견한 대학생 사범 구령에 맞춰 태권도 기본 품새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육관 한쪽에는 일부 학부모까지 나와 자녀의 수련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태권도 겨루기를 좋아한다는 바질(16)은 “태권도를 열심히 배워 반드시 네팔 국가대표선수가 될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바질처럼 국가대표가 꿈인 라키(18)도 “TPC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울 수 있어 기쁘다”며 “기회가 된다면 태권도의 나라 한국에 직접 가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네팔에서는 최승민(동국대 경영학과 3년), 진보라(동의대 태권도학과 2년), 최우석 씨(한국체육대 태권도학과 1년) 등 세 명의 TPC 봉사단원이 8월17일까지 두 달간 일정으로 활동 중이다. 치트완, 부트왈, 헤토다, 피르건스 등 네팔 오지가 주 활동무대다. 이 기간 이들은 하루평균 250~300명씩, 연인원 약 7500~9000여명의 현지인에게 태권도와 한류문화를 전파하게 된다.

2014 하계기간 중에는 107명의 봉사단원이 가나 등 26개국에서 태권도 수련, 한국어 교육, 한류문화 전파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손에 태권도 미트를 들고 수련생 자세를 일일이 고쳐주던 최승민 씨는 “네팔태권도협회와 현지인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숙식에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태권도를 배우려는 현지인의 눈빛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네팔태권도협회 포카라 지회장인 자간 구릉은 “TPC가 파견한 태권도봉사단원은 우리에게 큰 힘”이라며 “네팔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TPC가 6개월~1년짜리 중장기 파견 프로그램을 좀 더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팔태권도협회는 봉사단원 파견뿐만 아니라 네팔태권도평화센터 건립,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네팔선수 전지훈련비, 각종 태권도용품 등도 지원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기웅 총재는 “개발도상국에서 태권도봉사단원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예산문제로 이들 요청을 다 받아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투입 대비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알리는 일은 태권도를 매개로 한 봉사단원 파견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봉사단원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PC 봉사활동을 참관한 뒤 체육관을 나서자 바깥에선 예닐곱 명의 네팔인이 일본인 사범 지도 아래 가라테 기본기를 익히고 있었다.

포카라=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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