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소람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체가 전남 순천에서 발견됐다는 경찰 발표가 나온 지난 22일, 검찰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법원이 유씨 일가 재산에 대한 4차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 청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총 1054억원의 재산을 동결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유씨의 사망으로 인해 이 중 유씨 본인의 실소유 재산인 630억원가량에 대해서는 추징이 어려워졌다. 법조계에서는 “열심히 묶어둔 재산의 절반 이상이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된 셈”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루 차이로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 것은 범죄 수익 추징·몰수 관련 현행법 규정의 구멍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은 범죄자가 환수 대상 재산을 숨기는 것을 막기 위해 형사 재판 선고 전까지는 해당 재산에 대해 어떤 처분도 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검찰 역시 유씨가 도주 중인 상황에서 재산을 숨기거나 팔아서 현금화하는 등의 일을 하지 못하도록 나름 ‘선제 방어’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추징 자체가 ‘기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에 넘기지 못한다면 추징도 불가능해진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료한다. 유씨 역시 사망이 확인되면서 기소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앞서 동결해둔 재산도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독립 몰수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형법상 주된 범죄에 대해서는 기소가 되지 않더라도 독립적으로 몰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미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지난 6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각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효율적인 범죄 수익 몰수·추징을 위해 독립 몰수제 도입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소를 전제로 한 몰수·추징 규정 정비 필요성이 1987년 형사법 개정 논의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반영되지 못했다”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법조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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