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 100% 성공 못해
전체 포트폴리오 따져야
당장 며칠 휴가 갈 것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29일 오후 5시15분
“LG실트론 투자 실패에 대한 1차 책임은 보고펀드에 있고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투자자와 채권단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펀드 공동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변양호 대표(60·사진)는 29일 기자와 만나 “LG실트론 투자 실패로 투자자와 채권단에 손해를 끼친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사모펀드(PEF)업계에 대해 “투자하는 것마다 100% 성공할 수 있는 운용사는 없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건별 투자 손익보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따지는 관행이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LG실트론 투자와 같은 사례는 국내 PEF 업계가 커가는 데 따르는 성장통”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7월29일자 A19면 참조
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LG그룹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LG그룹에 전가하려는 조치가 아니다”며 “펀드에 투자한 연기금과 채권단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은 며칠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며 LG실트론 동양생명 등 1호 펀드 잔여 자산을 처리한 뒤 보고펀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펀드 투자와 운용에 직접 관여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60세가 되면 단계적으로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LG실트론 투자 실패가 이런 과정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사법 시스템이나 대기업 지배구조 등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에 대한 개혁 작업과 같은 사회 경제문제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그는 “공직에서 나와보니 이념적 성향이 보수에서 중도로 ‘한 클릭’ 이동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공직에 있을 땐 일만 하느라 바빠서 간과했던 부분이 많다는 것을 요즘 깨닫는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으로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한 국내 PEF 1세대다. 9년 만에 약정액 2조원 규모의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 보고펀드를 키워냈다.
관료 시절 외환위기, 신용카드 위기 등 국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촉망받는 관료로 주목받기도 했다. 무죄 판결을 받긴 했으나 외환은행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리면서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관가에선 보신주의가 팽배하면서 ‘변양호 신드롬’이란 말이 생겼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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