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알려져 과당경쟁 우려"
은행, 공시방식 보완 요구
[ 김일규 기자 ] 우리은행이 이달 들어 금고 관련 출연금 등으로 서울시에 모두 400억원을 지급하는 등 은행이 거래 상대방에게 10억원이 넘는 이익을 제공한 내역이 처음으로 공시됐다. 공시를 통해 은행들의 과당 경쟁을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 제공 대상과 금액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경쟁이 더 격화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10억원 초과 이익제공’ 첫 공시
우리은행은 지난 1일 서울시에 금고업무 관련 출연금으로 350억원을 제공했다고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했다. 11일에는 시정협력 사업비로 50억원을 지급한 사실도 게시했다.
출연금은 서울시가 공익 사업 등에 쓴다. 이 돈은 우리은행이 서울시의 시금고 은행이 되는 조건으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돈이다. 우리은행은 연간 평균 잔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돈을 맡아 대출 등으로 운용해 수익을 낸다. 2% 안팎의 예대마진을 고려하면 연간 500억원가량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6일 수원시에 22억원을 금고업무 관련 출연금으로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30일 대구시에 시금고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25억원을 제공했다고 알렸다. 경남은행은 4월24일, 6월26일 두 차례에 걸쳐 경남도 체육 발전 명목으로 경남도 산하 체육회에 모두 12억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지난 3월부터 은행이 업무와 관련해 거래 상대방에게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전이나 물품 등 이익을 제공했을 경우 구체적인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과당 경쟁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은행 “과당 경쟁 더 부추긴다”
하지만 은행들은 공시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과당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A은행에 금고를 맡긴 한 지자체가 A은행이 다른 지자체에 지급한 돈의 규모를 알게 되면 A은행에 더 많은 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 종류의 거래 상대방이 이익 제공 요구액을 경쟁적으로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는 쪽에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걱정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좋은 목적으로 돈을 받아 공익을 위해 쓰려는 것인데도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 강조되면서 평판이 나빠지는 걸 불만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은행의 영업기밀을 공시하는 게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시 내용에 이익 제공의 근거가 된 금융거래 종류나 거래 기간, 거래 규모가 감안되지 않아 제공한 이익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 상대방 대신 실제 돈이 쓰인 곳을 공시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이 서울시에 지급한 돈이 어떤 사업에 쓰였는지 알리자는 것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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