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대학 졸업을 미루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 유예자’가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문대생의 졸업 유예 비율이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것도 눈에 띈다.
양정승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4년제 대졸자의 졸업유예 실태와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를 30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자의 17.9%가 졸업을 유예한 경험이 있다. 취업의 질 측면에서 졸업 유예자가 더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졸업 유예자의 고용률(76.3%)은 일반 졸업자(75.7%)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선망직장 고용률’에선 졸업 유예자(31.3%)가 일반 졸업자(25.4%)보다 5.9%포인트 높았다.
실제로 졸업 유예자는 일반 졸업자에 비해 월 평균 임금이 높고 비정규직 비율이 낮았다. 졸업유예자(221만 원)는 일반 졸업자(195만 원)보다 월 평균 26만 원을 더 받았다. 비정규직 비율은 27.7%로 일반 졸업자(33.4%)보다 5.7%푀인트 낮았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스텍(포항공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 10개 대학(2010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 기준)의 졸업 유예 비율은 31%로 평균치를 상회했다. 졸업 유예자가 취업의 질이 좋다는 연구 결과와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추측된다.
부모의 소득수준(2010년 소비자물가 지수 기준)과 졸업 유예 비율은 U자형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400만 원대일 때 졸업유예 비율이 가장 낮았다. 반면 부모의 소득이 높거나(1000만 원 이상) 빈곤층 자녀(무소득)일수록 졸업유예 비율이 높았다. 빈곤층 자녀의 경우 생활비나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 일과 학업을 병행, 8학기 이내 졸업학점을 이수하지 못해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 위원은 “졸업유예가 취업의 질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노동시장 진입 연령 상승, 학비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며 “취업 시장에서 ‘졸업생이 재학생에 비해 불리하다’는 인식이 사라져야 불필요한 졸업유예가 줄어들 것이다. 정책적으로 졸업생에 대한 채용 차별을 없애고 기업도 스펙 위주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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