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라벨 붙이고 광고 제작까지 ‥ 한결 밝아진 동네 슈퍼마켓
경영대 학생들과 소상공인 교류 통한 윈윈(win-win) 전략 구현
"소상공인과 대학생 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해요.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대학생들은 보람을 느끼며 현장 마케팅을 배울 수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29일 만난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 ·사진)는 애정어린 눈길로 슈퍼마켓을 소개했다. 매장 구석구석마다 이 교수와 대학생들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 돕기 재능기부 봉사활동'의 담당 교수다. '소상공인 돕기 재능기부 봉사'는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과 함께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찾아가 마케팅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이 교수는 학교 강의에서 식품유통경제론, 유통관리세미나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중소 유통업체의 현주소를 가르친다. 그는 다수 언론매체 칼럼을 통해 중소 유통업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소상공인 돕기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경영대 학생들이 모여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마케팅 재능 기부를 하는 동아리 활동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마케팅 지식을 토대로 매장의 물건들을 잘 팔리도록 재진열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광고를 가게에 붙이기도 하죠.
컴퓨터로 직접 라벨을 만들어 물건에 붙이기도 해요. 학생들은 주말마다 토론회를 열어 더 효율적으로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한 달에 한 번씩 소상공인들을 초청해 성과 보고와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 봉사활동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줘서 경쟁력과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비대해져 중소 유통업체들을 위협하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사람들이 편리한 대형 마트로만 몰려 중소유통업체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자포자기하지 말고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생들에게도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게 하고 피부로 와닿는 마케팅 활동의 기회를 주고자 한거죠."
▲ 좋은 일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우리 주변에서 '농활'(농촌봉사활동)이란 단어는 익숙한데 다른 활동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명 '소활'(소상공인봉사활동)을 만들게 됐습니다. 대학 강단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형편을 많이 이야기 해주지만 학생들은 와 닿지 않았을 거에요.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소활'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다짐했어요. 학생들도 기꺼이 제게 동참해 주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봉사활동을 하며 애로사항은 없었습니까.
"지금까지 1기와 2기 봉사활동을 마쳤습니다. 방학마다 한 기수로 활동을 하니까,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네요. 물론 애로사항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상공인 분들 중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분들이 계세요. 대학생들이 와서 돕는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냥 청소만 하고 가라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끝까지 설득하고, 청소를 도와드리며 친해져서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어느 날은 학생들이 유니폼을 제작해 왔어요. 고객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예쁜 유니폼을 주문 제작해서 슈퍼마켓 주인분께 선물했더라고요. (웃음) 참 기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자녀를 홀로 부양하는 소상공인 한 분도 생각납니다. 그분은 혼자서 가게를 맡다보니 자리를 비우기 힘든 문제점이 있었죠. 그래서 자리를 비운 사이 손님이 오면 진동으로 알림을 받는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을 구상하셨더라고요. 아이디어가 재미있어 구상 실현을 도우려고 합니다."
▲ 소상공인들이 도움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각 지역마다 '소상공인 노동조합'이 형성돼 있습니다. 현재 동대문구의 '소상공인 노동조합'을 통해 도움을 원하는 소상공인 위주로 신청 받고있어요. 신청 목록 중에서도 정말 도움이 절실한 곳을 선정해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초기 단계라 아직 활동이 광범위하지 않지만, 계속 활동해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소상공인 분들이 도움을 얻고, 대학생들도 귀중한 경험을 하는 계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희 교수는...
현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제정책 자문위원을 거쳐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정책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제 13대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소기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선 인턴기자(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학년) lms85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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