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정권심판론' 심판한 '민생경제'…朴대통령에게 기회 준 민심

입력 2014-07-31 04:34  

새누리 압승…158석 '안정 과반' 확보

'재·보선=여당의 무덤' 공식 다시 깨
세월호·인사 참사 수렁서 벗어날 계기
영남권 정당, 18년 만에 호남에 교두보



[ 이정호 / 도병욱 기자 ] 새누리당 소속인 이정현 당선자가 전통적 야당 텃밭인 호남(전남 순천·곡성)에서 이뤄낸 승리는 뿌리 깊은 지역구도에 균열을 낸 ‘정치 대지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당선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재·보선=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을 다시 깬 집권 여당의 압승은 무엇보다 민생경제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치 대이변…지역구도 흔들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가 호남 지역에서 승리한 것은 1996년 강현욱 전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이 전북 군산을에서 당선된 이후 18년 만이다. 광주·전남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정치사에서 지역구도가 공고했다는 의미다.

당초 여권에서도 이 당선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에서 이 당선자의 상승세가 확인됐지만 “막상 투표일이 되면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역 유권자들이 과연 어느 후보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낙후된 지역 발전을 견인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야당에 대한 이 지역의 뿌리 깊은 실망감이 분출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승리는 향후 공고한 지역구도를 깨뜨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 때 부산지역에서 야권 후보가 선전하고, 지방선거 때는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대구시장 후보로 나서 40% 이상의 득표율을 얻는 등 기존 지역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 당선자의 승리는 이런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당선자의 승리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최대 이변”이라며 “확고해 보였던 높은 지역주의 벽을 부술 수 있다는 정치적 이상을 현실로 만든 사건”이라고 했다.

○‘세월호 심판론’ 안 먹혀

세월호 참사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11 대 4의 압승을 거둔 것은 국가 대개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모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당리당략과 무한 정쟁에 매몰돼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루는 야당에 대한 실망감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개혁과 경기부양 정책이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정권 심판론과 맞물려 여당이 불리했던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또 한번 승리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2010년 7·28 재·보선에서 11년 만에 야당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를 포함해 이번 7·30 재·보선까지 치러진 다섯 번(31개 지역)의 재·보선에서 여당은 21승10패로 우세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여당이 열세를 면치 못하는 공식은 이번 선거를 통해 완전히 깨졌다”며 “여론 분열보다는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집권 여당 주도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그만큼 거센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정호/도병욱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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