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중간배당을 결정한 데 이어 연말배당도 늘리기 힘들다는 뜻을 내비쳤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 속에서 투자에 써야 할 재원을 섣불리 배당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막대한 현금과 정부 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중간배당은 물론 연말배당도 기존보다 늘릴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배당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따라 매수세를 보여왔다.
◆ 삼성전자 "경영진에겐 중장기 성장이 더 중요"
31일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배당 회의론을 드러냈다. 이명진 IR팀 전무는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보수적인 자금 운용 전략을 갖고 있다"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14나노 공정 등 다양한 성장 전략을 가지고 있어 배당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 입장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겠지만 현재는 앞으로 5, 10년을 바라보며 중장기 성장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회사 성장이 더 혜택 있을 것"이라며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 전무의 이날 발언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때 나왔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당시 이 전무는 "올해 얼마나 배당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아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목표는 '상당히 증가한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중간·연말배당을 넉넉히 풀 것이란 기대가 번졌었다. 연간 실적 성장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환원을 실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이 쓰지 않고 쌓아둔 일정 수준 이상 이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배당 기대는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보유 현금은 60조6600억 원(순현금 46조6900억 원)에 달한다.
◆ 투자업계 "배당 실망감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 줄것"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익이 줄고 있는 가운데 배당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배당에 대한 회사 측의 이같은 방침이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을 올리면 시장의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는 경영진 생각이 확고한 것 같다"며 "과거 경영진이 이같은 의지를 몇 번이나 반복한 것처럼 배당을 쉽게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 실망감이 삼성전자 우선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더이상 '실적 성장동력(모멘텀)'을 기대하기란 어려워졌다"며 "배당 또는 지배구조 등이 기대감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간배당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500원으로 결정하면서 배당 실망으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배당 결정이 투자심리를 다소 위축시킬 순 있다"면서도 "단기에 과열된 배당 이슈를 식혀서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순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권민경/이지현/강지연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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