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제왕 롤렉스
[ 임현우 기자 ]
시계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브랜드는 다 안다. 고급 시계의 대명사로 통하는 ‘롤렉스’다.
롤렉스는 시장조사업체들이 내놓는 명품시계 브랜드 영향력 지표에서 다른 브랜드와 멀찌감치 격차를 벌린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다. 명품시계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중고 시세 지표에서도 이 브랜드의 가치는 돋보인다. 오랫동안 사용한 중고 제품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일종의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까지 지녔다는 얘기다.
롤렉스라는 이름에는 사실 특별한 뜻이 없다. 창업자가 유럽인들이 누구나 쉽게 발음할 수 있고, 시계에 새겨넣기 쉬운 짧은 낱말을 찾다가 고안해 낸 단어다. 롤렉스가 탄생한 1900년대 초반에는 일반인들이 손목시계에 큰 관심이 없었다. 포켓 워치, 즉 회중시계가 더 정확한 시계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롤렉스는 손목시계의 대중화를 위해 ‘정확성’ 못지않게 ‘실용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썼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26년 세계 최초의 방수 시계로 등장한 ‘오이스터’다. 이음새 없이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에 태엽을 감는 크라운(용두)을 잠수함 해치처럼 잠금식으로 고안해 물이 새어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 제품이다. 혁신적인 기능을 담은 오이스터는 지금까지 간판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가 이룬 또 하나의 혁신은 세계 최초의 자동 태엽 시계다. 시계를 찬 사람의 손목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기도록 함으로써 시계가 영구 작동하게 하는 ‘영구 회전자’ 메커니즘을 1931년 처음 만들어낸 것. 이 방식은 현재 대다수의 명품시계 브랜드가 채택하고 있다. 1945년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저스트’, 1956년에는 날짜에 요일까지 함께 표시되는 ‘데이데이트’를 만들어냈다.
롤렉스 시계에 쓰이는 소재는 모두 904L 스틸이다. 904L은 의료기기나 우주항공 산업에서 쓰이는 견고한 최고급 스틸 소재다. 일반 스틸보다 내구성이 좋고 광택이 멋스러워 롤렉스는 이 소재만을 고집하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도 롤렉스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롤렉스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회사지만 의외로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바뀌지 않았다. 역대 CEO는 다섯 명뿐.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기술적 혁신으로 롤렉스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2대 CEO 앙드레 하이니거는 “명품은 기계식 시계(배터리가 아니라 태엽이나 손목의 움직임에서 동력을 얻는 시계)”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계식 시계 제조를 고수해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 냈다.
1960~1970년대 일본산 저가 전자식(쿼츠) 시계가 시장을 휩쓸면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줄도산의 위기를 맞는 동안 여러 업체들이 전자시계로 전향했다. 하지만 롤렉스는 기계식 시계에 전념한다는 ‘뚝심’을 고수했고, 이후 시계시장이 다시 기계식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빛을 발했다. 3대 CEO인 패트릭 하이니거는 롤렉스 시계에 쓰이는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고, 4대 CEO 브루노 마이어와 현직 CEO인 지안 리카르도 마리니가 이러한 경영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고급 시계 브랜드가 스와치, 리치몬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거대 명품그룹에 편입되는 가운데에도 롤렉스는 독립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명품시계 시장의 중하위권 주자 가운데는 스타 마케팅과 스포츠 후원 등의 ‘마케팅발’로 컸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반면 롤렉스의 마케팅에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붙지 않는다. ‘롤렉스는 롤렉스다’라는 당당한 여유로움이 엿보인달까.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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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우 기자 ]
시계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브랜드는 다 안다. 고급 시계의 대명사로 통하는 ‘롤렉스’다.
롤렉스는 시장조사업체들이 내놓는 명품시계 브랜드 영향력 지표에서 다른 브랜드와 멀찌감치 격차를 벌린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다. 명품시계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중고 시세 지표에서도 이 브랜드의 가치는 돋보인다. 오랫동안 사용한 중고 제품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일종의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까지 지녔다는 얘기다.
롤렉스라는 이름에는 사실 특별한 뜻이 없다. 창업자가 유럽인들이 누구나 쉽게 발음할 수 있고, 시계에 새겨넣기 쉬운 짧은 낱말을 찾다가 고안해 낸 단어다. 롤렉스가 탄생한 1900년대 초반에는 일반인들이 손목시계에 큰 관심이 없었다. 포켓 워치, 즉 회중시계가 더 정확한 시계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롤렉스는 손목시계의 대중화를 위해 ‘정확성’ 못지않게 ‘실용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썼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26년 세계 최초의 방수 시계로 등장한 ‘오이스터’다. 이음새 없이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에 태엽을 감는 크라운(용두)을 잠수함 해치처럼 잠금식으로 고안해 물이 새어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한 제품이다. 혁신적인 기능을 담은 오이스터는 지금까지 간판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가 이룬 또 하나의 혁신은 세계 최초의 자동 태엽 시계다. 시계를 찬 사람의 손목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기도록 함으로써 시계가 영구 작동하게 하는 ‘영구 회전자’ 메커니즘을 1931년 처음 만들어낸 것. 이 방식은 현재 대다수의 명품시계 브랜드가 채택하고 있다. 1945년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저스트’, 1956년에는 날짜에 요일까지 함께 표시되는 ‘데이데이트’를 만들어냈다.
롤렉스 시계에 쓰이는 소재는 모두 904L 스틸이다. 904L은 의료기기나 우주항공 산업에서 쓰이는 견고한 최고급 스틸 소재다. 일반 스틸보다 내구성이 좋고 광택이 멋스러워 롤렉스는 이 소재만을 고집하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도 롤렉스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롤렉스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회사지만 의외로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바뀌지 않았다. 역대 CEO는 다섯 명뿐.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기술적 혁신으로 롤렉스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2대 CEO 앙드레 하이니거는 “명품은 기계식 시계(배터리가 아니라 태엽이나 손목의 움직임에서 동력을 얻는 시계)”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계식 시계 제조를 고수해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 냈다.
1960~1970년대 일본산 저가 전자식(쿼츠) 시계가 시장을 휩쓸면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줄도산의 위기를 맞는 동안 여러 업체들이 전자시계로 전향했다. 하지만 롤렉스는 기계식 시계에 전념한다는 ‘뚝심’을 고수했고, 이후 시계시장이 다시 기계식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빛을 발했다. 3대 CEO인 패트릭 하이니거는 롤렉스 시계에 쓰이는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고, 4대 CEO 브루노 마이어와 현직 CEO인 지안 리카르도 마리니가 이러한 경영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고급 시계 브랜드가 스와치, 리치몬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거대 명품그룹에 편입되는 가운데에도 롤렉스는 독립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명품시계 시장의 중하위권 주자 가운데는 스타 마케팅과 스포츠 후원 등의 ‘마케팅발’로 컸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반면 롤렉스의 마케팅에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붙지 않는다. ‘롤렉스는 롤렉스다’라는 당당한 여유로움이 엿보인달까.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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