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阿정상회담서 '돈 보따리' 풀 듯
[ 김순신 기자 ]
50여명의 아프리카 지도자가 3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모였다. 사상 처음 열리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린다 그린필드 미국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개최한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만남 가운데 최대 규모”라며 “미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을 강화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이 회의에서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인프라 건설 투자 등 대형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내준 아프리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미국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위기에 처한 미(美)-아프리카 무역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에 가장 공을 들인 국가는 중국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003년 이후 10년간 아프리카 18개국을 방문했다. 이 기간에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는 채 1억달러가 안 되는 수준에서 150억달러로 증가했다. 중국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에 올랐다. 지도부가 바뀌어도 중국의 아프리카를 향한 관심은 계속됐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올해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아프리카 주요국을 방문해 ‘돈보따리’를 풀고 왔다.
이에 반해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동과 러시아 등의 분쟁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데다 ‘셰일 혁명’으로 대(對)아프리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석유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아프리카 원유 수입 규모가 2008년 1000억달러에서 올해 85% 급감한 1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1973년 이후 최저치다. 아프리카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저유황 경질유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셰일 오일과 품질이 비슷하다. 반면 셰일 오일과 다른 품질의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석유 수입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FT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프리카와 교역량이 줄어든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며 “셰일 혁명으로 미국·아프리카 무역이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미, 인프라 건설로 패권 회복 나서
미국은 자원 투자가 아닌 인프라 건설로 아프리카의 패권을 되찾는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 전력 상황 개선에 초점을 맞춘 9억달러 규모의 신규 인프라 투자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리카의 전력 개발 사업인 ‘파워 아프리카 이니셔티브(PAI)’를 발표했다. 미국은 총 160억달러를 투자해 에티오피아와 가나, 케냐,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의 전력 공급 규모를 5년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아프리카를 자원을 빼오는 곳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아프리카 대륙의 가능성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PAI에 참여하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3일 “아프리카 전력 개선을 위해 24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며 “아프리카 투자 활성화를 위해 폐지 논란이 있는 수출입은행을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20개국 가운데 9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라며 “젊은 노동력을 활용한 경공업 등 산업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신 기자 soom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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