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시절 끝나는 정크본드…3주새 55억弗 '썰물'

입력 2014-08-05 21:31   수정 2014-08-06 03:59

Fed의 채권매입 종료 앞두고 투자자들 위험자산서 '발빼기'

금리 연 4.82% '사상 최저'…2008년 연 22.9%와 대조
美국채와 금리차 2.4%P…투자 매력 크게 떨어져



[ 김보라 기자 ] “트레이딩 무대에서 기억해야 할 제1원칙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특정 금융상품에 많은 사람이 돈을 몰아 넣는 순간, 반드시 거품 붕괴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는 1980년대 월가 최고 두뇌들의 채권 머니게임을 다룬 책 ‘라이어스 포커’에서 트레이더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의 조언처럼 지난 5년간 선진국 초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던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시장에 거품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정크본드에 투자한 펀드 투자 수익률은 평균 -1.3%로 곤두박질쳤다. 2011년 11월 이후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올 10월 종료되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최근 고조되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불안도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서는 3주 연속 자금이 이탈했다. WSJ는 지난달 30일까지 한 주 동안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4억8000만달러(약 1조5300억원)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3주간 정크본드에서 연속 빠져나간 자금은 총 55억3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작년 6월 한 달 동안 156억달러가 빠져나간 이래 최대 금액이다.

정크본드는 신용등급이 낮은(트리플 B- 미만)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다.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발행사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고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춘 뒤부터 고금리를 노린 투자자가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기업의 채권 발행도 잇따랐다. 지난 4월23일에는 프랑스 뉴메리케이블그룹이 정크본드 사상 최대 발행액인 108억8000만달러를 조달했고, 작년 4월에는 미국 스프린트그룹이 65억달러(2위) 규모의 정크본드를 발행했다.

하지만 정크본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리는 대폭 하락(가격은 상승)한 상태다. 6월 정크본드 평균금리는 사상 최저인 연 4.82%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 22.9%까지 치솟았던 것과 대비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와 정크본드 금리가 현재 평균 2.4%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07년 이후 금리 차가 가장 좁혀진 것으로, 그만큼 정크본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정크본드 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와 변동성, 디폴트율,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시장이 여전히 튼튼하다며 올해 정크본드 연간 수익률을 7~8%로 전망했다.

반면 마틴 프리드슨 리먼리비안프리드슨 펀드매니저는 “정크본드 시장은 2007년 당시처럼 심하게 과열, 왜곡된 상태고 낮은 디폴트율이 정크본드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2007년 6월 정크본드 가격 상승이 끝난 뒤 5개월간 정크본드와 미 국채의 스프레드(금리 차)는 두 배 확대됐지만 결국 2008년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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