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만기 3~6개월 '끊어치기' 고수익 노린다면 '특금' 관심가질 만

입력 2014-08-06 07:00  

저금리 극복할 은행 상품


[ 김일규 기자 ]
최경환 경제팀이 재정과 통화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더 이어질 것이란 얘기여서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추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올 소비자 물가상승률(1.9% 예상)과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연 2%대 예·적금의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다. 하지만 살펴보면 연 3%를 웃도는 이자를 주는 상품도 있다.

투자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면 3~6개월짜리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을 활용하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금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특금’은 원금을 날릴 가능성에 대비해 가입 전 위험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자금 운용, 방망이 짧게 잡아라”

은행 정기예금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이 몰린 상품은 신한은행의 ‘민트예금’이다. 지난 5월 이 상품의 잔액은 약 57조원으로 작년 말(약 50조원)보다 7조원가량 늘었다.

이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정기예금을 짧게 굴리려는 사람들의 수요에 딱 맞는 상품 특징 덕분이다. 민트예금의 최소 가입기간은 30일이다. 30일 이상 가입 땐 하루 단위로 최대 60개월까지 만기를 설정할 수 있다. 만기를 40일(연 1.5%)로 설정해도 수시입출금 등 요구불예금(연 0.1% 안팎)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은 정기예금이 인기를 얻는 것은 우선 같은 정기예금이라도 만기가 긴 상품에 비해 금리 하락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만기 1년 이상 가입할 때 제공하는 우대금리를 먼저 깎다보니 장단기 금리 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상이 마땅치 않아 정기예금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1년 안에는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기예금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투자상품이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주식시장을 봐도 개인의 투자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코스피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갈 데 없는 돈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정기예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금리 더 떨어지기 전에 가입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소액이라도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월 적립금이 100만원 이하인 대신 연 3%대 이자를 주는 상품들이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직장IN플러스 적금’은 기본금리 연 2.5%에 급여이체(0.5%), 신한카드 결제실적(0.1%), 신한생명 이체실적(0.1%) 등을 추가해 최고 연 3.5%를 주는 상품이다. 납입한도는 월 100만원이다.

우리은행은 연 6%를 주는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을 최근 출시했다. 1년 만기 상품만 있으며, 월 납입액은 10만원과 20만원 두 종류만 가능하다. 우리카드 사용실적이 전년보다 각각 250만원과 500만원 많으면 기본금리 연 3%에 3%포인트 우대금리를 더 얹어준다. 이 중 1%포인트는 자동기부되므로 실제 수령하는 이자는 연 5%다.

하나은행의 ‘바보의 나눔 적금’도 한 달 납입한도가 100만원이다. 장기기증희망자로 등록하면 0.5%포인트를 더 주는 상품이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는 1년 만기 연 3.6%다.

스마트폰 전용상품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의 ‘흔들어적금’은 동반 가입자가 많을수록 우대금리가 올라간다. 최고 연 3.15%를 준다. 국민은행의 스마트폰예금은 기존에 국민은행 락스타통장이 있으면 0.3%포인트, 다른 신규가입자를 추천하면 0.3%포인트씩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최고 연 3.1% 이자를 준다. 스마트폰 전용상품이며 1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내 범위에서 가입할 수 있다.

예금 대신 ‘특금’도 노려볼 만

일부 부자들은 정기예금 대신 특정금전신탁에 몰리고 있다. 연 4% 안팎의 이자를 주는 특정금전신탁이 고수익 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정금전신탁의 만기는 보통 3~6개월로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금리 상승에 대비해 장기간 돈을 묻어두지 않으려는 부자들의 수요도 만족시키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자금을 맡긴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은행이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고객이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은행이 투자할 대상과 금리, 만기 등을 ‘사전 설계’해 놓고 고객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요즘 투자 대상의 상당 부분은 건설사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다. 주가연계증권(ELS) 등도 특정금전신탁의 주요 투자 대상이다. ABCP 투자 시 수익률은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연 4%를 웃돈다. ABCP의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통상 건설사와 증권사가 지급보증을 한다. 신용등급 A1의 경우 연 3% 중·후반, A2는 연 4% 중·후반의 이자를 준다. 지난해 ‘동양 사태’ 이후 은행들이 취급을 꺼리는 A3는 연 5%를 넘을 때도 많다.

개인이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책임은 개인이 진다. 지금까지는 만기가 짧고, 지급보증 등으로 신용이 보강됐기 때문에 투자 대상 관련 회사가 만기 때까지 모두 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높은 확정금리를 챙길 수 있어 좋은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동양 사태’에 이어 KT ENS 법정관리로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조짐도 감지된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두거나, 돈을 다 날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모 아니면 도’라는 투자자들의 인식도 늘어나고 있다.

저축은행, 연 3~4%대 상품 아직 있어

저축은행 중에서도 연 3% 이상의 금리를 주는 곳이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나빠진 이미지를 회복하고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SBI저축은행의 ‘PB우대 정기적금’은 해당 창구에서 보험상품에 가입할 경우 최대 연 5.2%의 금리를 준다. 또 SBI저축은행 카페에 가입하면 신청할 수 있는 ‘다함께 정기적금’은 최고 연 4.6%의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직장인 정기적금’은 최고 연 4.5%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OK저축은행은 최고 연 4.3%의 금리를 주는 ‘OK 끼리끼리 정기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연 3.8%에 가입기간은 12개월, 가입액 월 10만~100만원 조건의 1인 1계좌 상품이다. 가족이나 친구 5명 이상이 영업점을 방문해 동시에 가입할 경우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연인이 함께 가입하면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OK저축은행과 OK2저축은행 각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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