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유묵·황사영 백서 등 400여점 전시
교황 방한 맞아 오늘부터 서울역사박물관
[ 박상익 기자 ]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서울 도시사에서 천주교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옛 서울의 외곽이었던 서소문(소의문)은 천주교 박해기에 가장 많은 교인이 순교한 곳이다. 동소문(혜화문)은 1909년 성 베네딕도회 백동수도원이 건립돼 한국 천주교에 중요한 역할을 한 지역이다. 이런 서울과 천주교의 역사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특별전인 ‘서소문·동소문 별곡’이 교황 방한을 맞아 7일부터 오는 10월31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은 각각의 전시가 합쳐진 기획 전시로, 서소문 별곡은 조선 천주교의 탄생에서 박해와 순교, 신앙 자유의 획득, 순교자들의 추대, 서소문 밖 순교 성지로의 재탄생까지 살핀다. 동소문 별곡은 혜화동 일대의 역사·지리적 변화를 추적한다. 1909년부터 1927년까지 동소문 일대에 있던 백동수도원의 일대기와 수도원이 한국과 독일에 남긴 유산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천주교회사 관련 근대 유물 400여점이 한자리에 모인 사상 첫 천주교회사 전시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품은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앞두고 남긴 유묵인 ‘경천’과 천주교 신자 황사영이 신유박해의 상황을 중국 구베아 주교에게 알리려 한 ‘황사영 백서’다. 경천은 일본인 간수의 부탁으로 쓴 글씨로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천주교인 안 의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황사영 백서는 62×38㎝의 비단에 1만3311자의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밀서로 천주교를 지키고 신앙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내용이 들어있지만 외세 개입도 용인할 수 있다는 내용은 논쟁거리다. 현재 로마교황청 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2001년 이후 두 번째 국내 전시다.
조선 제8대 교구장 뮈텔 주교가 수집한 1만3451건의 뮈텔 문서 중 일부도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개인사와 천주교 관련 활동, 한국 사회와 일반 생활상이 잘 드러나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필수자료로 꼽힌다.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묘비석과 관, 정약종이 쓴 최초의 한글 교리서인 주교요지, 조선에 처음 파견된 외국인 신부 주문모 신부의 초상 등도 눈여겨볼 자료다.
‘서소문·동소문 별곡’은 기획 당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전시하기로 예정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14~18일)을 맞아 일정을 앞당기게 됐다. 이번 전시에 사용된 자료들은 이후 서소문 역사유적지에 조성될 박물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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