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的 영역까지 公法 규제 남발…정치 실패에 시장 멍든다"

입력 2014-08-07 21:06   수정 2014-08-08 03:54

하도급법·일감 몰아주기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

자유경제원 '정치실패 중심에 선 국회' 토론회



[ 이태명 기자 ]
사적 영역의 문제를 공적 영역의 잣대로 재단하고 규제하는 이른바 ‘사법(私法)의 공법(公法)화’가 기업 투자를 움츠러들게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민주화 규제법안, 사내유보금 과세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입법권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국회가 ‘사법의 공법화’ 현상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정치실패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치실패 중심에 선 대한민국 국회’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선 ‘민생법안’이란 이름으로 쏟아져나오는 시장간섭형 입법의 문제점과 이를 가능케 만드는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등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배경엔 사법을 공법화하는 국회의 그릇된 행태가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기업 간 자유로운 거래에서 생겨나는 문제는 민법, 상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과징금, 형벌 등 공법의 잣대로 해결하려 든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대폭 확대한 개정 하도급법을 들었다. 그는 “기업 간 하도급 거래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분야인데, 하도급법은 여기에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사실상의 징벌형을 부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공정거래법), 기업 대주주의 자기거래 규제(상법) 등도 개인, 기업의 자유의사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내유보금 과세도 기업이 자율적 의사결정에 ‘과세’라는 수단으로 개입하는 ‘사법의 공법화’라고 지적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도 사법의 공법화에 따른 폐해를 우려했다. 그는 “민생, 경제민주화라는 추상적인 목적을 위해 시장영역에 물리적 강제력을 가하는 공법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입법 관행은 소모적 논쟁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헌법은 재산권과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걸 기본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공법을 통해 통제하는 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입법권을 정쟁에 악용하는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행태에서 ‘사법의 공법화’와 같은 부실한 입법활동이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입법 독재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회의 권한 남용이 과도하고,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 정치실패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국회의원의 입법권한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해 주어진 건 분명하지만 막대한 특권 뒤에 숨어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고, 입법행위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과도한 국회의원 특권을 확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 소장은 “미국 의원들의 급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3.59배인데 한국은 5.63배로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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