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TOC까놓고]게임업계 인간다운 처우 필요하다

입력 2014-08-08 17:36   수정 2014-08-08 17:44

<p>지난번에 여성개발자의 처우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는데, 좀 더 나가서 게임산업 종사자의 처우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p> <p>많은 사람들이, 노동자와 사업주를 가리지 않고 회사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일정 인원이 넘는 회사라면 반드시 시행해야한다.</p> <p>대부분의 사람들이 업무시간을 방해받으면서 교육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교육이 없으면 무얼 해야 하는지 무얼 하면 안되는지를 사고가 나서야 알게 된다. 그런 사고들은 상처를 주고 때때로 인간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사람이 전부인 게임회사에서는 특히나 치명적이다.</p> <p>다행히도 성폭력 예방 교육은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걸 강제적으로 시행해야 할 정도로 회사 문화가 엉망이었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지 100년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p> <p>이런 성적인 폭력 외에도, 제대로 감시 장치가 동작하지 않는 팀이나 회사에서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폭언이나 심지어 폭력이 될 때도 있다. 이런 게 용인되는 분위기에서는 근무시간 같은 것이 제대로 지켜질 리가 없다. 게임회사는 많이 안그렇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p> <p>과거에는 게임 회사에서 야근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면서 지금은 '야근이 비효율적이며, 보상 없는 야근은 나쁘다'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 물론 아직도 미덕인 곳도 남아있다.</p> <p>사실 노동자는 근무시간 외에 근무를 해줄 이유가 없다. 노동법에는 야근이나 주말출근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택시비나 저녁식대 던져주는 걸로 입을 씻을 일은 아니다. 적어도 고용주와 노동자가 야근에 대해 합의를 하고 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p> <p>그게 안된다고 폭력이나 해고를 가하면 그건 당연히 불법이다. 이런데 스트레스를 받아 먼저 그만두거나,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개발자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p> <p>최근 한 게임기획자가 개발환경과 과도한 업무로 사망을 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퍼져 게임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물론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열악한 노동 현장 개선이라는 화두를 던졌다.</p> <p>특히 그러한 폭력을 고스란히 개인이 짊어지고, 그 피해에 대한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밖으로 내몰리고 있고,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버티지 못한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p> <p>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런 게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선배들이 분신해가면서 개선해온 노동환경을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여기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p> <p>물론 개인에게 이런 걸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어떤 것을 바꾼다는 것은 괴롭고 힘든 것이다. 특히 타성에 젖어있는 사람이 많고 당사자들에게 힘이 없다면 정말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적어도 힘들면 힘들다고 주변에 말하고 같이 바꿔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도움을 구했으면 좋겠다. 혼자 짊어지고, 피해 보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p> <p>우리는 행복하게 일하고 삶을 누려야 한다. 개인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연대하면 어떠한 것이라도 싸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p> <p>한경닷컴 게임톡 오영욱 객원 기자 krucef@gmail.com


■ 오영욱은?</p> <p>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p> <p>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인 오영욱씨는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은 NOVN에서 기술이사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에 도전 중이다.</p> <p>8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 기획서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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