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배출권거래제 시행땐 국내공장 해외이전 가속화 우려

입력 2014-08-10 21:17  

전경련, 시행연기 등 건의


[ 강현우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면 국내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 위기 기업의 경영 악화 등 국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10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공개하며 반도체 업종 A사는 내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국내 생산량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사는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3년(2015~2017년)만 따져도 최대 6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 업체별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하는 배출권거래제가 국내 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시행 시기를 연기하거나 할당량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A사처럼 국내 생산을 줄이고 해외 생산을 늘리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디스플레이 업종 B사도 배출권 비용 부담이 커지면 현재 액정표시장치(LCD) ㎡당 7000원 수준인 중국 기업과의 가격 차가 300원 수준까지 좁혀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생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중국 등 해외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강업체 중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일관 제철 공정을 둔 기업 두 곳의 경우 업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향후 3년간 최대 2조8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어려움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3500억여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시멘트 업체 C사는 3년간 7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 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는 셈이다.

지난해 약 4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D사는 배출권거래제 피해액이 2700억원가량 될 것이란 내부 분석이 나오자 국내 조업라인 4개 중 1개를 폐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멀쩡한 국내 사업장의 생산이 제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선점도 지연될 수 있다. 탄소섬유 등 신소재 사업을 벌이는 한 화학섬유기업은 신소재로 만든 제품이 기존 섬유 제품보다 에너지 소비가 많아 걱정이다. 배출권거래제 때문에 신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이 늦어질 수 있어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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