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보안 등 어른을 위한 수학도 필요"

입력 2014-08-10 23:43   수정 2014-08-11 18:14

세계수학자대회 준비하는 김명환 대한수학회장

'수학계 올림픽' 13일 서울 코엑스서 개막
"어렵고 쓸모없는 수학" 인식 전환 시급



[ 오형주 기자 ] “수학은 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제는 어른을 위한 수학이 필요합니다.”

오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열린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만난 김명환 대한수학회장(60·사진)은 “이번 대회는 하늘이 한국 수학계에 준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인 김 회장은 대회 조직위원장인 박형주 포스텍 교수(50)와 함께 대회 전반을 준비해온 주역이다.

세계수학자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개발도상국 수학자 1000명을 초청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 세계수학연맹(IMU)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소개했다. 수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지 40여년밖에 안됐지만 세계 10대 수학강국으로 부상한 점이 개도국들에 희망을 주는 모델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번 대회가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한국 수학 발전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수학계는 세계수학자대회 개최와 함께 각 대학의 수학전공에 인재들이 몰리는 ‘겹경사’를 맞고 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합격자 평균 수능성적이 서울대 의예과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연세대, KAIST, 포스텍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수학의 실용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학전공에 모이는 이때가 수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최적기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공계 분야에 비해 연구 비용이 적게 드는 특성상 기초과학연구원(IBS)에 수학 관련 연구단 하나만 더 늘려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수학의 비중을 낮추려는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서는 수학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육부가 고교 3년간 최소 이수단위가 15단위인 수학을 10단위로 줄이고, 교과과정도 미적분의 기초까지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며 “미적분 기초만 배워서는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에만 중점을 두면 자꾸 수준만 낮아지기 마련”이라며 “왜 수학이 필요한지를 사회 전반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수학 대중화의 해법은 ‘어른을 위한 수학’이다. 그는 “미국에선 수학칼럼이 신문에 정기적으로 연재되는가 하면, 유명한 난제가 풀리면 알기 쉽게 해설하는 기사도 비중 있게 다뤄지는 등 교양층이 수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수학회는 최근 미국수학회(AMS)가 발간한 ‘수학이 빛나는 순간(Mathematical Moments)’을 번역했다. 대한수학회 홈페이지(www.kms.or.kr)를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이 책자는 수학이 현대 사회에 기여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컨대 공기역학의 핵심인 난류(亂流)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항공기 설계에 적용한 것을 비롯해 금융·정보보안·빅데이터 등 107가지 사례를 담고 있다. 김 회장은 “인간사회가 발전할수록 합리적 행동이 확산되기 마련이고 합리적 행동의 분석에는 수학적 방법이 최고”라며 “금융수학과 정보(보안)수학의 발전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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