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카드납부' 거부하는 대학들 … 대안은 없나?

입력 2014-08-11 15:12   수정 2014-08-11 18:43

"카드사 수수료 부담 때문" … '분할납부' 제도 확대 필요


[ 김봉구 기자 ] 올 2학기 대학 등록금 납부 기간이 다가온 가운데 ‘카드 납부’를 허용한 대학은 3곳 중 1곳에 그쳤다. 대학들의 낮은 참여율이 수년째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1일 대학들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 납부로 대학에서 빠져나가는 수수료가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카드 할부 결제 시 개인도 이자를 부담해야 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게 대학들의 변(辯)이다.

◆ 대학들 "카드납부 수수료 부담, 등록금 인상요인"

카드사가 통상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 2~2.5% 수준을 적용하면 연간 등록금 1000만 원 기준 20~25만 원 정도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정원 1만 명인 대학의 학생들이 전체 카드 납부를 할 경우 수수료로 지불하는 금액만 2억~2억5000만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등록금 카드 납부를 허용한 대부분 대학은 1개 카드사로 한정하는 대신 수수료를 낮춰 1% 중후반 대의 요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보다는 부담하는 금액이 적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실제로 건국대 관계자는 “삼성카드로만 등록금 납부가 가능하다. 1개 카드사로 해야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기 때문” 이라며 “정확한 수수료율은 카드사 영업 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렵지만 1%대 중후반 정도 된다”고 전했다.

카드 납부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한양대 측은 “억대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해야 한다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라며 “수수료로 낼 금액을 아껴 학생 교육에 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도 “자칫 카드사 배만 불리고 대학으로선 쓸데없는 지출만 늘어날 수 있어 현재로선 카드 납부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목돈 마련 부담이 있겠지만, 등록금을 총 4회에 걸쳐 나눠 내는 분할 납부(분납) 제도를 잘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분납 제도 활성화, '여전법' 개정 등 대안 내놔야

굳이 카드 납부가 아니더라도 등록금 분납 제도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물지 않으면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수요자 입장에서도 등록금 목돈 마련의 부담은 덜면서 카드 납부와 달리 이자 부담 없이 나눠 납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대와 전문대 334곳(2014년 기준) 가운데 카드 납부를 시행하는 대학은 125개교(37.4%)에 그친 반면 분납 제도는 310개교(92.8%)가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대학가에선 분납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카드업계에선 목돈 마련 부담, 선택권 제한 등의 이유로 대학들을 비판하고 있다” 면서 “카드사가 진정으로 학생이나 학부모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수수료 면제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안은 분납 확대다. 이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분납 기간과 횟수를 늘려 학생 부담을 더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행 분납 제도는 교육부령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구속력이 크지 않고 제재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 연 연구원은 “교육부령이 아니라 ‘고등교육법’ 등의 법령에 명시해 분납 제도를 활성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도 “카드 납부를 시행하지 않으면 비도덕적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근본적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돼야 한다. 대학뿐 아니라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카드업계와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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