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당株 투자 '흥부株'로 갈아탔다

입력 2014-08-12 21:30   수정 2014-08-13 04:00

배당株 보유비중 살펴보니

배당 확대 기대…신한지주·KB금융 비중 늘려
배당 성향 높은 한전KPS·하나투어 등 담고
유보금 많아도 '짠물배당' 이마트·현대하이스코 팔아



[ 강지연 기자 ]
박근혜 정부 새 경제팀이 배당 촉진 방안을 내놓은 이후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당에 목말랐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은행 등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배당 자원이 풍부해 향후 배당을 늘릴 여력이 높은 종목보다는 당장 돈이 없어도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을 더 많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부주’가 아닌 ‘흥부주’를 더 많이 사들인 것이다.

○“곳간보다는 성향이 중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성향이 높은 중소형주 보유비중을 크게 늘렸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들이 보유비중을 가장 크게 늘린 종목은 하나투어와 한전KPS였다.

하나투어는 17.8%였던 외국인 보유비중이 22.3%로 4.5%포인트 뛰었고, 한전KPS도 25.1%로 한 달 전보다 4.2%포인트 늘었다. 작년 순이익 기준 하나투어의 배당성향은 34.7%, 한전KPS의 배당성향은 45%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성향이 108%에 달하는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보유비중(4.9%→6.3%)을 크게 늘렸고, 휴켐스(배당성향 54%) 역시 1%포인트 이상 보유비중을 끌어올렸다.

반면 롯데제과 롯데칠성 이마트 태광산업 등은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보유비중을 가장 크게 줄인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사내 유보금 규모가 2조~6조원으로 배당을 위한 현금 자산은 풍부하지만 배당성향은 코스피 평균(작년 기준 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들이다. 롯데칠성의 작년 배당성향은 4.9%에 그쳤고, 태광산업은 1.3%에 불과했다.

○사랑받는 은행주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 등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지난달 13일 이후 외국인들은 은행주에 대한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이후 이날까지 은행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금액(금융업종 순매수 금액에서 증권 보험을 제외한 금액 기준)은 9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순매수 금액(3919억원)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종목별로는 신한지주(3337억원) KB금융(2972억원) 하나금융지주(1924억원)를 주로 사들였다. 덕분에 신한지주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65.6%에서 67%로 높아졌고, KB금융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64.2%에서 66.1%로 치솟았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자본 확충을 위해 10%대 중반의 낮은 배당성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개선됐고, 위험자산도 대거 덜어냈다는 점에서 배당을 늘릴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중장기적으로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영우 UB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이 시행되기까지의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우선적으로 배당을 늘릴 종목들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며 “배당이 적고 내수투자 비율이 낮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등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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