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주도하던 알래스카
원유생산 감소로 경기 침체
[ 이심기 기자 ] 미국 중서부 북쪽에 있는 노스다코타주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72만명으로 2010년 이후 7.6% 늘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셰일가스 투자 붐이 일면서 일자리를 찾아 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근로자와 엔지니어가 급증한 결과다. 현지 언론은 이를 19세기 금광을 찾아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든 ‘골드러시’에 빗대 ‘블랙골드 러시’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 셰일 에너지붐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노스다코타주가 급부상하고 있다. 12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노스다코타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9.7%로, 50개주 가운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13.4%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 CBN뉴스는 노스다코타주가 셰일가스로 경제적 기적을 이루면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득도 급증하고 있다. 미 경제분석국(BEA) 자료를 보면 2012년 노스다코타주의 1인당 평균소득은 5만4900달러로 50개주 가운데 4위였다. 동부의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저지 다음으로 많다. 전년보다 12.4% 올랐다. 지난 6월 실업률은 2.6%로 미국에서 가장 낮다.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70년대 이후 텍사스와 함께 미국 에너지산업을 주도해온 알래스카를 떠나 미 중서부 북쪽에 있는 노스다코타로 이주하는 엔지니어와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노스다코타의 대표적 셰일석유 생산지인 바켄유전지대 인근에 있는 윌스턴 등에는 이주 근로자를 위한 임시가옥이 빽빽이 들어서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에는 셰일 원유 채취를 위한 유정이 180개 넘게 있으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노스다코타의 원유생산량은 2012년 알래스카주를 추월해 텍사스주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알래스카주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매장량이 풍부하고 단위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셰일가스 채취에 석유회사들이 몰리면서 알래스카가 미국의 에너지 붐에서 소외되고 있다. 알래스카주의 원유생산량은 미국 내 4위로 밀려났으며, 1980년대와 비교하면 75% 수준까지 떨어졌다. 석유회사의 원유 채굴 프로젝트가 줄면서 지난해 알래스카주의 경제성장률은 -2.3%를 기록해 미국 50개주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WSJ는 50개주 가운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후퇴한 곳은 알래스카가 유일하다며 셰일가스 붐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