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 확대·임금 인상, 근본적인 해결책 안돼"
S&P, 美의 10년 경제성장률 2.8%→2.5%로 하향 조정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의 빈부 격차가 금융위기 이후 더 심화돼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주 “미 경제의 소득 격차가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미국의 빈부 격차가 45년 만에 최악”이라며 이 문제가 정책당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부동산시장의 불균형이 미국의 빈부 격차를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자리와 집값 때문에 빈부차 심화
FT가 부동산 웹사이트 트룰리아에 의뢰해 미 100대 도시의 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집값 10위인 보스턴과 90위인 신시내티의 소득 격차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9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보스턴의 1인당 소득은 신시내티의 1.61배였다. 이는 1976년 집값 10위였던 샌프란시스코와 90위였던 엘파소의 격차 1.36배보다 크다.
미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메이의 마크 파림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 회복세가 지역별로 차별화되면서 집값 회복세도 서로 다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격차가 부동산시장의 격차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 오스틴은 기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 부진과 일자리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부동산 경기는 침체에 빠져 있다.
일자리가 6개월 연속 매달 20만개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정규직 위주로 이뤄지는 것도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비농업부문의 신규 일자리가 28만개 증가했지만 정규직은 52만개 줄고 비정규직이 80만개 늘어났다. 2010년 2월 이후 고용창출의 44%가 비정규직이었다. 미국의 비정규직은 2800만명으로 사상 최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12년 미 가계 소득의 중간값은 5만1017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995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빈부 격차로 경제성장 둔화”
S&P는 지난주 ‘미국 소득 불균형 확대와 경제성장 둔화’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미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을 5년 전 예상치인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소득 격차 확대가 사회적 계층이동을 어렵게 하고 저학력층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 기반을 위협하는 경계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베스 앤 보비노 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 회복세가 지난 50년과 비교해 가장 느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득 격차 확대”라고 말했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2009~2010년 상위 1%의 세후 평균소득은 15.1% 증가했지만 하위 90%의 소득은 1% 증가에 그쳤다.
S&P는 세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와 같은 정부의 재분배 정책으론 빈부 격차가 크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S&P는 그 대신 대졸자 연봉이 고졸자의 2배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도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되면 90만명가량이 빈곤층에서 구제될 수 있지만 기업들의 부담 증대로 고용을 회피하는 상충효과가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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