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포럼 발표자 인터뷰 3] 일본 시장 뚫으려면, '고토 마케팅' 써야 … 최상철 일본유통과학대 교수

입력 2014-08-14 07:33   수정 2014-08-14 08:06


한경닷컴과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2회 일본경제포럼이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한일 경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9월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다. 다양한 분야의 일본 전문가들이 나와 일본 현황과 한일 경제협력 방안을 발표한다. 강연자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3) 최상철 일본유통과학대 대학원장 "일본시장 진출 한국기업 '新 마케팅전략' 세워라"
미국·중국 의존 줄이고 일본시장 공략해야 … '고토마케팅' 등 현지 맞춤형 전략 필요


"그간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을 진출할 생각은 있지만 성공하기 힘든 '신포도 시장'으로 인식해 애써 멀리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현지 소비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마케팅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최상철 일본유통과학대 대학원장(상학부·사진)은 한국 기업들의 거듭되는 일본 시장 진출 실패 현상에 대해 "일본 소비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는 곳" 이라며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이 '신포도 시장'이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포도 시장이란 여우가 높이 매달려 따먹지 못하는 포도를 신포도로 치부하며 포기한 이솝우화에서 따온 표현이다.

최 원장은 "일본 시장은 일본 기업에게도 까다로운 시장" 이라며 "한국 기업은 전통적 마케팅보다는 소비자의 감성을 공략하는 '고토 마케팅' 같은 신(新)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원장은 다음달 16일 한경닷컴이 주최하는 제2회 일본경제포럼에서 '일본 소비시장 특성과 신마케팅 전략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 일본 소비시장은 회복세에 있습니까.

"그렇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13년 평균가계조사에 따르면 물가 변동 영향을 뺀 실질 기준으로 총세대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 2007년 1.2% 증가 이후 6년 만에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났고 노년층의 주택 개량 등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 적극 투자할 만큼 일본 시장이 살아났다고 봅니까.

"2013년 6월 말 기준 일본 가계가 보유한 1590조 엔의 총 금융자산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바로 인출해 소비로 돌릴 수 있는 현금과 예금이 859조8000엔(54.1%)에 달한다. 거대한 금융 자산은 일본인의 소비 마인드가 호전되면 언제든지 소비지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일본 소비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한국 기업은 일본 소비시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간 한국 기업은 시장 진출이 어려운 일본 시장을 '신포도 시장'으로 인식했다. 일본 시장을 애써 멀리하고 대신 미국과 중국 시장에 주력해 온 게 아닌가 싶다.

미국 시장의 경우 무역적자 누적으로 수입 규제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과도한 무역흑자(2013년 기준 628억 달러)도 이후 한중간 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일본 시장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성적표는.

"한 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일본 LED(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철수한 게 단적인 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일본에서 철수하는 형편이다."

△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뭔가요.

"일본 소비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제대로 된 마케팅에 입각하지 않은 접근 방식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일본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한 브랜드 파워에 과도하게 의존한 측면이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원론적 마케팅 전략도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의 제도적 배타성과 소비 관습의 이질성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봅니까.

"한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 시장은 △고품질 지향 △과도한 브랜드 지향 △강한 지역성 △선도 신앙(새로운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계절 변화에 대한 민감성 △싫증 증후군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 기업도 일본 소비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은 일본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해 그에 맞는 '신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 필요한 마케팅 전략을 구체적으로 조언한다면.

"현재 각광받고 있는 일본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고토(감성적 산물) 마케팅'이다. 고토 마케팅이란 고객·기업·종업원의 삼위일체 가치를 창조하고 고객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이다. 고객은 단순히 소비를 위해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고객은 구입한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즐거움, 행복함, 감동 등의 감성적 산물인 고토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면 성공할 수 있다.

고토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현지 기업으로는 키트카트 캠페인을 펼쳐 호응을 얻은 네슬레 재팬, 'HHC(Human Health Care)경영'으로 유명한 에이자이 등이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진로가 고토 마케팅을 펼쳐 성공했다. 진로는 참신한 광고 전략과 재일 한국인을 기점으로 한 확산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둔 시점이다. 양국 기업은 어떤 관계를 구축해야 할까요.

"현재 한일 관계는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태다. 그래도 일본 시장은 소홀히 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장이다. 일본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지만 일단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세계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약해졌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거대한 시장이다. 한국은 1970~80년대처럼 일본과의 관계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한일 경제는 자동차, 가전, 반도체 등의 산업 분야에서 수평적 분업 체제를 공유하고 있다. 경쟁보다는 파트너십이 기대되는 관계다."

- 정치적·역사적 문제가 경제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텐데.

"지금까지는 정치적 관계가 경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성숙한 한일 간 ‘파트너십 경제관계’가 냉각된 정치관계를 해동·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언론과 학계, 관련 업계도 맹목적 반일보다는 새롭게 부상하는 일본과 일본 시장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통한 '신극일(新克日)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본경제포럼>

한국과 일본 경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6월 '살아나는 일본 경제, 한일 경제협력방안'을 주제로 1회 포럼을 개최했다. 2회 포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들이 나와 다양한 각도에서 일본 경제를 분석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한다.

제2회 일본경제포럼의 주요 발표자는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한일 경제 50년 회고와 협력 방향) ▲이원덕 국민대 교수(한일 외교관계 개선 전망)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기사로 보는 한일 경제의 진실) ▲이정희 중앙대 교수(한국 유통환경 변화 이해) ▲최상철 일본 유통과학대 대학원장(일본 소비시장 특성과 신마케팅 전략 필요성) ▲이춘규 경제학 박사(한일 농업 비교, 선진국 일본의 전략과 시사점)이다.


☞ 제 2회 일본경제포럼 참가신청하기

자세한 사항은 (02)3277-9994 또는 jeishere@hankyung.com로 문의하면 된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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