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황의 의전차

입력 2014-08-15 20:38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공식행사나 외교무대에서 의전차는 권위와 안전의 상징이다. 누가 봐도 드러나야 하지만 어떤 사태에도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의전차 가운데 대표는 대통령이 타는 차다. 현재 청와대에서 쓰는 대통령 전용차는 BMW 760Li 하이시큐리티, 벤츠 S600 풀만가드, 캐딜락 드빌리무진, 에쿠스리무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식 때 에쿠스리무진 방탄차를 탔다. 취임식 때 국산 자동차가 쓰이기는 처음이었다.

각국 대통령들은 자국 자동차를 애용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캐딜락이 만든 특수차를 탄다. 세계 어디와도 바로 연결되는 최고의 위성통신시설이 탑재돼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전용차는 아우디 A8L 시큐리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요타 센추리와 렉서스 LS600을 탄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시트로앵 DS5를 타는데, 시트로앵은 ‘대통령의 차’라는 카피로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 수반들은 외교무대에선 방문국에서 제공하는 차를 주로 탄다. 딱 두 나라 예외가 있다. 미국과 러시아다.

교황은 그 종교적 위치 때문에 반드시 의전차를 타는 게 관례였다. 교황의 의전차는 포프모빌(Popemobile)이라고 부른다. 교황(Pope)과 자동차(automobile)를 합친 말이다. 포프모빌은 1931년부터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계속 지원해왔다. 정설은 아니지만 1930년대 당시 공산주의 창궐을 걱정한 교황청이 할 수 없이 이탈리아와 독일 정부를 지지했는데 이탈리아로부터는 바티칸 독립을, 독일로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포프모빌 모델은 뉘르부르크 460, 300d, 600풀만 런들렛, G바겐, ML430, G클래스 등으로 바뀌어왔지만 벤츠가 도맡아왔다.

특히 1981년 5월13일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성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알현행사 도중 저격 당한 사건 이후에는 공개 행사 때 반드시 의전차량을 타도록 경호를 강화했다. 대신 뒷좌석을 높이고 투명방탄유리 케이스를 크게 해 신도들이 교황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꾸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때부터 의전차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포드 포커스를 직접 몰고 다니던 소탈한 그다. 교황은 방한에 앞서 의전차가 아니라 작은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해왔고 기아차의 쏘울이 선택됐다. 최고의 영적 지도자를 모시는 차로 영혼(soul)의 뜻을 가진 쏘울이 채택된 것은 예정된 인연인 듯싶다. 포프모빌 쏘울!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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