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호텔 옥상에 반사경 설치한 까닭

입력 2014-08-18 07:00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2000년 봄 세계 최대 체인의 A호텔은 오스트리아인 총지배인을 한국으로 급파했다. 새로 인수한 호텔의 장기 적자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인사 조치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호텔 전체의 풍수자문을 의뢰했다. 싱가포르에서 풍수 효과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문 결과를 토대로 총지배인은 자신이 일할 사무실 위치를 선정하고 호텔 전 층의 풍수상 문제점 개선에도 착수했다.

해당 호텔은 고객들의 안정적인 조화를 깨는 요인이 적지 않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장기 적자인 탓에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고 연봉까지 동결했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적지 않았다. 결국 두 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중요도 순서에 따라 해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호텔 바로 앞 건물의 살기(殺氣) 어린 상충적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됐다.

질량과 부피가 비슷한 두 개의 건물이 자웅을 겨룰 경우 풍수에서는 상생(相生)의 묘를 구사한다. 사람살이의 일처럼 경쟁자와의 긍정적 경합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쪽이 창을 들어 나를 위협할 때다. 이런 경우 모순의 방패 역할은 경(鏡)을 사용한다.

경은 거울이다. 경 이전엔 감(鑒)이었다. 은나라 말기 구리로 만든 동경(銅鏡)은 사물의 본질을 명징하게 보여줌으로써 신물(神物)의 자리에 오른다. 하늘과 소통하는 제사장의 무구(巫具)로 영계와 인간계의 매개물로서 주술적인 면이 두드러졌다. 티베트 밀교와 도교의 만남은 거울의 전조와 액막이 그 구실을 강화하고 풍수에서도 원용된다.

A호텔 옥상에 반사경을 설치한 것은 그래서다. 상대 건물이 찌르는 나쁜 기운을 상쇄시키는 액막이 방패의 하나인 셈이다. 이후 호텔의 사정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총지배인은 영전돼 한국을 떠났다.

거울의 주술적 영향은 보는 이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거울에 투영된다는 믿음은 과학적 증명의 한계를 넘어선다.

그렇다면 다음 논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현관에는 거울을 걸어야 좋을까 안 거는 것이 좋을까.’ 조건은 대한민국 산천 아래에서다. 정답은 없다.

일본처럼 현관이 북쪽에 위치해 양(陽)인 햇살이 부족하다면 거울은 빛을 반사해 습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남쪽에 있어 건조한 현관은 양의 과함을 차단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풍수는 그 지역의 풍토에 맞게 전개해 인간을 이롭게 돕는 학문이다. 자연스러움 속에서 시비를 분별하는 눈을 키우는 것. 퇴계 이황의 ‘명경지수(明鏡止水,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가 아름다운 이유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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