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고 속 썩는' 대형마트 PB 상품, 왜?

입력 2014-08-18 07:00   수정 2014-08-18 07:21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B·PL) 상품이 늘어나면서 품질 불량 등 말썽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질관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20~30%로 커졌다. 판매한 상품 4개 중 1개 이상은 마트에서 자체 기획·생산한 제품인 셈이다.

대형마트들의 PB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대형마트간 유사한 상품들을 앞다퉈 내놓으며 가격 경쟁이 과열됐다. 생산단가를 낮추다 보니 일부 상품은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형마트 PB 제품 식품관련 이물신고·수거부적합 현황(2010~2012)'에 따르면 이물질이 발견되는 건수는 2010년 81건, 2011년 64건, 2012년 22건으로 3년간 총 167건이 발생했다.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사례도 25건에 달했다.

대형마트별로는 홈플러스 PB 상품에서는 벌레나 손톱 등 이물질 신고 사례가 총 81건에 달했다. 이마트 PB 제품에선 곰팡이가, 롯데마트 제품에서는 금속, 탄화물 등이 발견됐다.

소비자 불만이나 항의에 대한 대형마트들의 소극적인 대처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초까지 판매했던 PB 즉석밥 '햇쌀한공기'의 제품 포장에 이상이 생겼다. 롯데마트는 해당 상품 총 6만여개를 전량 리콜했다. 대형마트가 식품 관련 PB 상품을 전량 리콜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달 홈플러스에서 기획 상품으로 9900원에 판매한 PB 냄비는 사용 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조상 결함으로 사용 과정에서 손잡이 부분과 냄비의 접합 부위가 터졌다.

홈플러스 측은 피해를 입은 구매자에게 전액 변상을 거부했다. 이후 해당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태도를 바꿔 치료비 전액 변상을 약속했다. 매장에 남아있던 해당 제품 100여개는 모두 회수됐다. 이미 팔린 제품은 구매자가 요청할 경우 환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야심차게 내놨던 '반값 홍삼' 중 일부가 문제가 됐다. 특정 일자에 생산된 제품에서 거품이 생기는 이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구매자에게 별도 공지없이 매장에서 제품을 전량 회수하는데 그쳤다. 해당 제품은 출시 6개월 만에 7만3000병이나 팔려나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그동안 급성장을 거듭해왔다" 며 "상품 가격 경쟁에만 치중하기보다 업계 공동으로 제품의 품질과 사후 관리에 더 힘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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