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직접 협상 공전 속 반올림 서초 삼성본관 장외투쟁 재개
한혜경씨 등 휠체어 이끌고 직접 증언 "산재 전체 인정하라" 요구
삼성전자 "협상 와중 사실과 다른 주장…안타깝다" 반박
[ 김민성 기자 ]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 및 사망 문제 해결을 협상 중인 삼성전자와 인권단체 반올림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5차례 직접 대화에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반올림은 18일 낮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장외투쟁 성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측 협상 자세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반올림이 집회를 갖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안타깝다"며 불편함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는 반올림 측 교섭단장인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와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한 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김미선씨,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씨 등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황씨의 딸인 유미씨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2007년 3월 사망했다. 황씨는 먼저 장외투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측 사과와 협상 자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생각한다고해서 다 사과가 아니다"라고 꼬집은 뒤 "산업재해 보상을 방해하고,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 등을 폭행 및 고소 고발한 점도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의 직접적 이유가 삼성전자 공장 근로 환경 때문인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전자 측 협상 행태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반올림은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 질환에 걸렸다는 제보자가 164명, 사망자는 7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올림 측 주장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관련 전체 계열사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한 근로자 수는 모두 233명, 이 가운데 98명이 사망했다. 총 제보자의 70%에 달하는 164명은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생산 공장 노동자였고, 전체 사망자 70%가 넘는 70명 역시 반도체·LCD 공장 근로자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이 특히나 인체 유해환경에 노출됐다는 논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혜경씨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억울함을 직접 발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뇌종양 투병 후유증으로 정상적 신체 활동은 물론 발음도 제대로 하기 힘든 한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한자 한자 직접 글을 적어왔다"며 "삼성에 근무하다 병에 걸린 것도 기가 막힌데 어떤 병은 (산재로) 인정하고, 어떤 병은 안해주는게 말이 안된다"고 4분 여간 힘겹게 호소문을 읽어내렸다.
한씨는 어머니 김시녀씨의 도움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만큼 중증 장애를 앓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공단 측은 공장 근로와 발병 간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며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 불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씨의 어머니 김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뿐만 아니라 계열사 전체에서 사망한 사람이 수십명에 달하는데 8명만 우선 보상하겠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직업병 피해자 모두가 병원 침대와 휠체어를 끌고 (협상장에) 나와야 인정해주겠냐"고 반발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반올림 측 기자회견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올림 측이 쟁점으로 지적한 '8명 보상'에 대해 "협상참여자 8분만 보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올림 측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는 것도 이 대목이다.
삼성전자 측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다 보니 8분과 먼저 논의를 시작해 기준과 원칙을 세운 후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들에 대해 보상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입장을 이미 여러차례 협상장에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올림 측 내부 이견 탓에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협상 참여자 8분 중 5분이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고 긍정적인 제안을 했다"며 "하지만 다른 3분이 반대해 저희는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마지막으로 "반올림 가족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최종협상 타결을 위해 투명하게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이범우(46)씨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성과없이 공전하던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직접 협상은 더욱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씨 사망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더 치열하고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양측 직접 협상은 지난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공식 사과로 급물살을 탔다. 권 부회장은 당시 "진작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보상안 합의 뿐만 아니라 재발방지 마련, 진심어린 추가 사과, 유해 화학물질 공개 등을 둘러싸고 협상은 두 달 넘게 입장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발장지 대책 마련에 대해 독립적 제3의 기구에 종합진단을 맡기자는 입장이다. 반면 반올림은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부터 공개한 뒤 재발방치 대책을 논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우선 협상에 참여 중인 8명에 대한 보상 문제부터 한달 내로 신속히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반올림은 산업재해 보상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어 협상은 장기화 국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사진=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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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협상 와중 사실과 다른 주장…안타깝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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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례 직접 대화에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반올림은 18일 낮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장외투쟁 성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측 협상 자세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협상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반올림이 집회를 갖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안타깝다"며 불편함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는 반올림 측 교섭단장인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와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한 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김미선씨,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씨 등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황씨의 딸인 유미씨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2007년 3월 사망했다. 황씨는 먼저 장외투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측 사과와 협상 자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씨는 "사과하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생각한다고해서 다 사과가 아니다"라고 꼬집은 뒤 "산업재해 보상을 방해하고,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 등을 폭행 및 고소 고발한 점도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의 직접적 이유가 삼성전자 공장 근로 환경 때문인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전자 측 협상 행태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반올림은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 질환에 걸렸다는 제보자가 164명, 사망자는 7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올림 측 주장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관련 전체 계열사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한 근로자 수는 모두 233명, 이 가운데 98명이 사망했다. 총 제보자의 70%에 달하는 164명은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생산 공장 노동자였고, 전체 사망자 70%가 넘는 70명 역시 반도체·LCD 공장 근로자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이 특히나 인체 유해환경에 노출됐다는 논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혜경씨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억울함을 직접 발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뇌종양 투병 후유증으로 정상적 신체 활동은 물론 발음도 제대로 하기 힘든 한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한자 한자 직접 글을 적어왔다"며 "삼성에 근무하다 병에 걸린 것도 기가 막힌데 어떤 병은 (산재로) 인정하고, 어떤 병은 안해주는게 말이 안된다"고 4분 여간 힘겹게 호소문을 읽어내렸다.
한씨는 어머니 김시녀씨의 도움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만큼 중증 장애를 앓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공단 측은 공장 근로와 발병 간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며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 불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씨의 어머니 김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공장 뿐만 아니라 계열사 전체에서 사망한 사람이 수십명에 달하는데 8명만 우선 보상하겠다는 삼성전자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직업병 피해자 모두가 병원 침대와 휠체어를 끌고 (협상장에) 나와야 인정해주겠냐"고 반발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반올림 측 기자회견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올림 측이 쟁점으로 지적한 '8명 보상'에 대해 "협상참여자 8분만 보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올림 측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는 것도 이 대목이다.
삼성전자 측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다 보니 8분과 먼저 논의를 시작해 기준과 원칙을 세운 후 이를 바탕으로 다른 분들에 대해 보상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입장을 이미 여러차례 협상장에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올림 측 내부 이견 탓에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협상 참여자 8분 중 5분이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고 긍정적인 제안을 했다"며 "하지만 다른 3분이 반대해 저희는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마지막으로 "반올림 가족 내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최종협상 타결을 위해 투명하게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이범우(46)씨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성과없이 공전하던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직접 협상은 더욱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씨 사망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더 치열하고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양측 직접 협상은 지난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공식 사과로 급물살을 탔다. 권 부회장은 당시 "진작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보상안 합의 뿐만 아니라 재발방지 마련, 진심어린 추가 사과, 유해 화학물질 공개 등을 둘러싸고 협상은 두 달 넘게 입장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발장지 대책 마련에 대해 독립적 제3의 기구에 종합진단을 맡기자는 입장이다. 반면 반올림은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부터 공개한 뒤 재발방치 대책을 논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우선 협상에 참여 중인 8명에 대한 보상 문제부터 한달 내로 신속히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반올림은 산업재해 보상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어 협상은 장기화 국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사진=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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