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간 교황이 남긴 것…격식 파괴하고 즉흥 연설로 소통

입력 2014-08-18 20:57  

[ 서화동 기자 ]
4박5일의 방한 기간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는 곳마다 인파가 몰려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쳤다. 이유는 명쾌하다. 교황은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의 편을 드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난함을 실천하며 약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교황의 솔선수범과 언행일치에 사람들이 뜨겁게 호응한 것은 그런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격식의 파괴자다. 지난 16일 오후 충북 음성 꽃동네에 갔을 때다. 장애아들이 환영 공연을 준비했다며 의자에 앉으라고 몇 번이나 권해도 교황은 끝내 서서 관람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의 공연을 앉아서 보기 미안했던 탓이다. 입양을 기다리는 젖먹이가 손가락을 빨고 있자 그 손가락을 빼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빨게 했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지만 교황의 깊은 속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엄마 젖을 빨아보지도 못한 아이에 대한 깊은 연민에서 나온 행동 아니었을까. 교황은 방탄차, 대형차를 마다하고 작은 국산차를 원했다. 호텔 대신 주한교황대사가 쓰던 방을 사용했다. 전속 요리사도 대동하지 않았다.

교황은 소통의 달인이다. 파격을 좋아하는 대신 소탈하다. 청년들과 대화할 땐 “준비된 원고를 읽으면 재미없다”며 즉흥 연설을 시작했고, 헬기 대신 탄 기차 안에선 주저 없이 옆 칸으로 가 대중과 인사를 나눴다. 교황이 주교들에게 “사제들 곁으로 가라”고 강조하고 사제들에겐 “목자에겐 양떼 냄새가 나야 한다”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교황은 방한 기간 10여 차례의 연설과 미사 강론 등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던졌다. 청와대 연설에선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했다. 18일 명동성당 미사에서도 용서를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 약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거듭 강조했다.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 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자”(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내지 말라”(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고 했다. 이웃은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서로 도우며 함께 손잡고 가야 할 연대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교황의 이런 메시지에 수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환호했다. 교황은 갔으나 메시지는 남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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